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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 죽음의 신… 초자연적 존재들이 세상과 마주한다면

입력
2022.09.03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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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샌드맨'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샌드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모피우스는 꿈을 관장하는 신적 존재다. 그는 꿈을 통해 시공간을 이동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한다. 넷플릭스 제공

샌드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모피우스는 꿈을 관장하는 신적 존재다. 그는 꿈을 통해 시공간을 이동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11부작 | 18세 이상

잠의 세계를 지배하는 신이 있다. 꿈과 악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결국엔 세계를 쥐락펴락한다. 절대자라 불러도 무방할 그의 호칭은 여럿이다. 단순히 ‘꿈’으로 불리거나 모피우스로 호명된다. 모래를 활용한 시공간 이동으로 ‘샌드맨’이라 불리기도 하고, ‘꿈꾸기의 지배자’라는 별칭이 있기도 하다. 요컨대 그는 꿈의 신이다.

모피우스(톰 스터리지) 주변에는 신적 존재가 적지 않다. 죽음의 신이 있고, 욕망의 신도 있다. 모피우스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려는 모반자 코린시안(보이드 홀브룩) 같은 초자연적 존재도 있다. 이들이 인간 세계와 얽히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샌드맨’은 상상으로 빚어낸 존재들의 활약을 통해 기기묘묘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전개한다.


①인간에게 붙잡힌 꿈의 신

모피우스는 흑마술을 사용하는 영국 귀족에게 잡혀 100년 넘게 유리 감옥에 갇히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모피우스는 흑마술을 사용하는 영국 귀족에게 잡혀 100년 넘게 유리 감옥에 갇히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이야기의 시작은 좀 당황스럽다. 절대적인 힘을 지닌 모피우스가 영국 귀족 로더릭(찰스 대슨)에게 포획되기 때문이다. 로더릭은 1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아들을 되살리기 위해 흑마술로 죽음의 신을 잡으려고 했는데, 모피우스가 덫에 걸려든다. 로더릭은 신적 존재인 모피우스에게 아들의 부활을 요구하나 모피우스는 침묵으로 응대한다. 대신 로더릭은 모피우스의 신성한 물건들인 투구와 모래, 루비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 권세를 누린다.

모피우스가 100년 넘게 유리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세상에선 꿈이 사라진다. 모피우스가 일군 꿈의 왕국 역시 무너진다. 그의 투구와 모래, 루비를 손에 쥔 인간과 초자연적 존재들이 신과 같은 권능을 지닌다. 모피우스는 탈출해 혼돈을 정리하려 한다.

②신적 존재가 슈퍼히어로라면

'샌드맨'은 성서에서 영감받은 듯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캐릭터들을 통해 기기묘묘한 이야기를 전개하려 한다. 넷플릭스 제공

'샌드맨'은 성서에서 영감받은 듯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캐릭터들을 통해 기기묘묘한 이야기를 전개하려 한다. 넷플릭스 제공

모피우스는 신적 존재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슈퍼히어로를 연상시킨다. 특정 도구가 없으면 큰 힘을 쓰지 못하고, 곤경에 처한 자신의 처지나 몰락에 분노하거나 서글퍼한다. 역경을 이겨내며 하나씩 자신의 영역을 되찾아가는 모습이 여느 신적 존재들과 다르기도 하다.

모피우스가 악당과도 같은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해치우는 과정 역시 슈퍼히어로의 활약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광기에 사로잡힌 로더릭의 사생아 존(데이비드 슐리스)의 악행에 맞서거나 사이코패스 살인마 행각을 벌이는 코린시안을 단죄하려 하며 영웅적인 모습을 보인다.

③상상으로 빚어낸 볼거리들

'샌드맨'. 넷플릭스 제공

'샌드맨'. 넷플릭스 제공

여러 초자연적 존재들이 등장하니 신기한 볼거리가 따른다. 모피우스가 건설한 꿈의 왕국, 그가 시공간을 오가며 접하는 캐릭터들이 흥미를 돋운다. 이야기는 모피우스가 자신의 위상을 되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하면서도 매회마다 독립적인 사연을 펼쳐낸다. 카인과 아벨 등 성서에서 끌어온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고, 익숙한 종교적인 비유가 나오기도 하나 진부하지는 않다.

뷰+포인트

1989년 첫 선을 보인 DC코믹스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작은 오래 전부터 영화화가 추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으나 이 드라마로 첫 영상화됐다. 1회 당 1,500만 달러가 투입된 대작이다. 넷플릭스가 올해 내놓은 야심작 중 하나다. 공개 후 3일 동안 총 시청시간 6,950만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세계 시청 1위에 올랐다.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에 낯선 이야기라서 1,2편 정도는 봐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네이키드’(1993)로 칸영화제 남자배우상을 받은 데이비드 슐리스의 연기는 언제나 명불허전이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7%, 시청자 83%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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