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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계는 '면제' 아닌 '공정한 기회'를 원한다

입력
2022.09.07 04:30
25면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BTS(방탄소년단)이 7월 19일 서울 용산 하이브에서 위촉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BTS(방탄소년단)이 7월 19일 서울 용산 하이브에서 위촉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박형준 부산시장이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글로벌 홍보대사 방탄소년단(BTS)의 예술체육요원 대체복무제도 적용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홍보대사 김연아 선수가 큰 기여를 했던 상황이 연상된다. 부산엑스포가 생산 43조 원, 부가가치 18조 원, 고용 50만 명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엑스포 유치에 민·관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정부는 국내외 대회에서 입상한 소수 예술인에게 예술체육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흔히들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예술체육요원 복무는 군대를 면제시켜 주는 게 아니다. 현역병과 동일하게 기초군사훈련과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18개월 입대해 복무하는 대신, 34개월 동안 자기 분야에서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술인들이 더 긴 복무기간에도 예술요원을 선택하는 이유는 중단 없이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정부 입장에서도 예술요원제도를 활용해 해당 분야나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문제는 순수문화와 달리 대중문화 분야 예술인이 예술요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K팝이 국악이나 클래식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인데, 예술의 귀천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이는 국가가 병역정책을 통해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차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중음악도 클래식과 마찬가지로 현대음악의 한 형태라면, 대중예술인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까?

현역병 감소와 병역혜택 확대가 우려된다는 국방부 우려는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가가 지정한 회사에서 제조·생산 업무에 종사하는 산업요원 대체복무 인원은 최근 5년간 7만 명이 넘었지만, 예술체육요원은 250여 명으로 그 0.3%에 불과하다. 더구나 순위를 매길 수 없는 대중문화예술 특성상, 예술요원 선발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최근 K팝의 세계적 위상은 놀라울 정도다. 한국 대중문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꺼운 팬덤을 형성하고 정치·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 미국 매체는 K팝이 "국제관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초이자 진정한 형태의 소프트파워"라고 보도했다.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 전반의 이미지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K팝 시장에서 BTS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 공백이 한류 성장세를 주춤하게 만들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는 BTS만을 위해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문화예술인의 영향력과 성과를 고려해 병역에서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를 부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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