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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땐 집으로…" 물가 안 잡고, 자영업자 가슴에 대못 박는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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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그렇게 할 일이 없나요? 자영업자들은 물가가 올라 가뜩이나 힘든데…"
서울 광진구에서 퓨전 일식집을 운영하는 이모(35)씨는 지난달 19일 기재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카드뉴스를 보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여야 했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고, 저녁은 집에서 먹으라'며 무지출 챌린지를 홍보하는 내용이어서다. 무지출 챌린지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외식비 등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자는 운동으로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이다. 이씨는 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걸 막을 순 없지만 정부가 이를 앞장서 홍보하는 건 황당하다"며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논란이 일자 기재부는 '무지출 챌린지'를 삭제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지난달 24일 올린 또 다른 내용의 카드뉴스도 도마에 올랐다. '조금 비싸도 줄서서 먹는 수제버거 vs 거품 뺀 가격으로 대형마트에서 싸게 나오는 햄버거. 당신의 소비 트렌드는?'이란 문구였기 때문. 이번엔 수제버거 식당을 운영하는 점주들을 겨냥한 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 마포구에서 수제버거 매장을 운영하는 최모(34)씨는 "수제버거 먹는 걸 과소비 행위로 낙인찍은 것 아니냐"고 어이없어 했다. 그는 "우리 가게는 솔직히 옆 백반집보다 가격이 싸다"고도 강조했다. 인근 다른 수제버거 매장 운영자 민현기(29)씨도 "자영업자는 죽이고 대형마트는 살리자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수제버거 점주가 아닌 다른 자영업자들도 기재부의 무신경이 낳은 연이은 '헛발질 홍보'에 성토를 쏟아냈다. 서대문구에서 8년째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지환(38)씨는 "보건복지부에서 앞으로 복지를 줄이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쓴소리를 했다.
기재부는 부처 공식 입장이 아닌 소비 성향을 소개한 것뿐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자영업자들 반응은 싸늘하다. 폭등한 물가로 재료비가 올라 영업난을 겪고 있는데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게 그들 생각이다.
마포구와 영등포구에서 수제버거 매장 두 곳을 운영하는 윤모(42)씨는 "작년까지 1kg당 9,000원 정도 하던 패티용 고기 가격이 최근 30%나 올랐고, 로메인상추 같은 잎채소는 두 배 이상 뛰었다"며 "코로나19로 받은 타격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물가가 덮친 현실을 기재부가 알고는 있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기재부가 물가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한 자영업자만 잡고 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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