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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태풍 '힌남노' 이르면 4일부터 영향... '후지와라 효과'도 변수

입력
2022.08.31 19:00
수정
2022.08.31 19: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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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부근에서 2일 본격적인 북상 시작할 듯
무이파 흡수하면 더욱 강력한 태풍으로 성장
한국 영향 가능성 커져..."미리 피해 대비해야"

제11호 태풍 '힌남노'와 제23호 열대저압부(1일 제12호 '무이파'로 발달 가능성 높음)의 예상 경로 및 태풍위치 70% 확률 반경. 이르면 4일 제주도부터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기상청 제공

제11호 태풍 '힌남노'와 제23호 열대저압부(1일 제12호 '무이파'로 발달 가능성 높음)의 예상 경로 및 태풍위치 70% 확률 반경. 이르면 4일 제주도부터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기상청 제공

세력을 빠르게 키우며 서진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1일 근처에서 발달하고 있는 제12호 태풍 '무이파(MUIFA)'를 삼키면서 더욱 강력한 태풍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2일 북상을 시작할 확률이 높은 힌남노는 이르면 4일 제주도 남쪽부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17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1㎞로 서남서진 중이다. 중심 기압은 915헥토파스칼(hPa), 중심 최대풍속은 초속 55m로 이미 분류상 '초강력' 태풍이다. 이 정도의 태풍이 몰아치면 건물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

같은 시간 오키나와 남동쪽 약 750㎞ 부근 해상에서는 제23호 열대저압부가 발달했다.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5m에 불과해 아직 태풍 지위를 얻지 못한 이 열대저압부는 1일 풍속이 초속 17m에 이르며 간신히 제12호 태풍 무이파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급속도로 힘을 잃으며 24시간 내 열대저압부로 다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힌남노와 점차 가까워진 무이파는 더 세력이 큰 힌남노에 병합될 가능성이 높다. 워낙 체급 차이가 나 힌남노의 경로에는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30도에 달하는 고수온대에서 무이파가 남긴 수증기까지 먹어 치운 힌남노는 중심 기압 910hPa, 최대풍속 초속 56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오후 4시 50분 기준 위성 영상. 우리나라보다 더 커진 힌남노가 뚜렷하게 보인다. 기상청 제공

31일 오후 4시 50분 기준 위성 영상. 우리나라보다 더 커진 힌남노가 뚜렷하게 보인다. 기상청 제공

태풍 두 개가 서로 영향을 주는 과정을 발견자의 이름을 따 '후지와라 효과'라고 부른다. 보통은 태풍들끼리 경쟁하고 밀어내며 서로의 경로에 영향을 줄 때를 의미하지만, 한쪽이 일방적으로 합병되는 경우를 칭하기도 한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이나 열대저압부가 서로 영향을 주는 현상은 매해 발생하는 만큼 특수한 일은 아니다"라며 "사실 후지와라 효과가 공신력 있는 이론이라고 할 수는 없어 예보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점차 속도를 줄이며 대만 인근까지 도달한 힌남노는 2일부터 본격적으로 북진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경로대로라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전날에 비해 훨씬 커졌다. 특히 평년에 비해 바다 수온이 높아 맹렬히 돌진하는 태풍의 힘을 빼놓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통상 태풍이 세력을 유지하는 수온 조건은 26도인데, 현재 제주 남쪽 바다 수온은 27도로 이보다 높다. 20년 전 최악의 태풍 '매미'의 공포가 점차 고개를 드는 이유다.

우 분석관은 "태풍 크기 자체도 우리나라 면적의 2, 3배로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로서는 세력이 크게 약화될 것 같지도 않다"며 "아직 변동성이 커 갑자기 세력이 쪼그라들거나 경로가 바뀔 수도 있지만 피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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