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요구액 4.6%만 인정...정부 '선방' 자평에 판정 취소 신청 검토

입력
2022.08.31 17:00
수정
2022.08.31 17: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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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측 국제중재 제기 후 10년 만에 결론
중재 재판부 "한국 정부, 론스타에 2,800억 배상"
법무부 "한국 정부 주장 대부분 받아들여" 분석
법무부, 판정 취소 + 집행 정지 신청 적극 검토
판정 취소 안 되면 혈세 3,463억 이상 지불해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10년 간의 국제투자 분쟁 끝에 2,800억 원 배상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론스타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들어 선방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배상 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판정 취소 신청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론스타에 2,800억 배상 판정...지연 손해금도 지급해야

법무부는 31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가 정부에 대한 론스타의 손해배상 청구금액의 4.6%인 2억1,650만 달러(환율 1,300원 기준 2,800억 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중재 판정부는 2011년 12월 3일부터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지연 손해금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ISDS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ICSID 중재를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ICSID는 3명으로 중재 판정부를 구성해 다수의견(2명 이상)으로 판정하는데, 이번 판정에선 2명의 다수의견이 나왔다.

론스타 주장 대부분 배척...외환은행 매각가 인하 관련 손해만 인정

론스타는 중재 판정부에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의 외환은행 매각 협상에 한국 정부가 부당 개입해 매각이 무산된 점 △2011년 하나금융과의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력을 가한 점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이중과세를 한 점 등을 문제 삼아 46억7,950만 달러(6조 1,000억 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중재 판정부는 그러나 2011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한국 정부가 가격 인하를 압박해 론스타가 손해를 봤다는 점만 일부 인정했다. 다만 중재 판정부는 외환은행 가격 인하는 당시 론스타 측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를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론스타 측 과실도 50% 있다고 판단했다. 론스타는 당시 외환은행을 4억3,300만 달러 싸게 팔아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지만, 중재 판정부는 해당 금액의 절반인 2억1,650만 달러만 인정했다. 법무부는 론스타의 나머지 주장을 모두 배척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120일 내 판정 취소 신청할 듯... 판정 집행 정지 신청도

정부는 판정 결과에 불복해 취소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재 판정부의 소수의견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유죄 확정은 론스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책임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중재 판정부의 소수의견이 우리 정부 의견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판정 취소 신청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재 판정부 판정에 대한 취소 신청은 판정이 나온 날로부터 120일 이내에 가능하다. 정부가 취소 신청을 하게 되면, ICSID 사무국에선 즉시 판정취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면 제출과 심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통상 판정 취소 여부가 나오기까지는 1년가량 걸린다.

정부는 판정 취소 신청과 함께 집행 정지 신청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 집행 정지 판단이 나올 때까지 배상금 지급을 멈출 수 있지만, 지연손해금은 계속 쌓이게 된다. 법무부가 최근 10년간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누적된 지연손해금은 185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변호사비 등 소송을 위해 현재까지 사용된 비용이 478억 원으로 집계돼, 정부가 판정 취소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세금은 3,463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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