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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겨울 닥친다... 러시아 "프랑스·독일 가스공급 중단"

입력
2022.08.31 22: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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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프랑스에 가스 공급 중단" 선언
독일·네덜란드 가스관도 잠가...자원 무기화
EU 국가들 긴장 속 대책 마련 분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를 틀어막았다. '정기 점검 필요' '미납금 발생' 등 나름의 이유를 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을 러시아에 묻는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유럽에 '혹독한 겨울'이 오고 있다.


"요금미납" "정기점검"... 독일·프랑스에 가스 끊은 러

러시아 국영 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이 프랑스 에너지 회사인 엔지에 대한 가스 공급을 다음 달 1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AFP 통신 등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중단의 공식적 사유는 7월 요금이 제대로 치러지지 않았다는 것. 같은 날 오전만 해도 '공급 축소' 엄포를 놨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전면 중단'으로 조치를 강화한 것이다. '돈을 정해진 기한 내에 루블(러시아 화폐)로 치르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는 대통령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라는 게 가스프롬 측 설명이다.

가스프롬은 독일로 향하는 가스 공급도 끊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발트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사흘간 중단할 예정이다. 가스프롬은 "가동 시간이 1,000시간을 넘어설 때마다 기압 시설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시 중단'으로, 유지·보수 과정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공급을 재개할 것이라고도 가스프롬은 덧붙였다. 이는 지난 19일 성명에서 가스프롬이 예고했던 것이기도 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에너지 위기 관련 회의를 위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기다리며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에너지 위기 관련 회의를 위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기다리며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러, 에너지를 '무기'로... '최악 상황' 대비해야"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하는 러시아를 유럽은 믿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취한 일련의 행동들을 볼 때 국제사회를 압박할 목적으로 자국의 에너지를 무기처럼 활용하고 있음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가스프롬은 '가스 터빈 수리'를 이유로 지난 6월부터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량을 이미 40% 정도 수준으로 감축했고, 지난달에도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며 열흘간 공급을 중단했다.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에도 가스 공급을 중단하곤 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즉각 반발했다.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 프랑스 에너지전환부 장관은 "러시아가 가스를 전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자국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혔다. 독일 에너지 당국인 연방네트워크청의 클라우스 뮐러 청장은 "기술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이른바 '정비'를 이유로 러시아는 정치적 결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스트림-1' 설비의 30일 전경. 루브민=AFP·연합뉴스

독일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스트림-1' 설비의 30일 전경. 루브민=AFP·연합뉴스


시름 깊어가는 유럽... EU, 다음 달 대책회의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악화하면서 유럽의 시름은 계속 깊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원자력발전 비중이 높아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보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낮았음에도 "에너지 보급제를 시행할 수도 있다"(엘리자베트 보르 총리)는 발언이 나오는 등 바짝 긴장한 상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에너지 위기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주재한다.

독일은 일단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11월 1일까지 가스 비축률 95%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31일 "몇 달 전 예측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불안한 기색은 역력하다.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29일 "러시아가 독일에 가스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씁쓸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EU 에너지 장관들은 다음 달 9일 긴급회의를 열어 전력시장 개혁, 가스요금 상한제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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