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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행정 무시, 도저히 못 받아들여" 법원은 왜 진보교육에 제동 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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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등이 자율형사립고교(자사고)와 국제중학교(국제중)를 상대로 벌인 지정 취소 소송에서 전패하면서, 법원이 교육청 손을 들어주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갑작스럽게 평가 기준을 변경해 ①학교가 공정한 심사를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는데도 ②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
문재인 정부 전국 시도교육청은 자사고 10곳과 서울의 대원·영훈국제중 지정을 취소했다. 교육청이 4,5년여간의 운영 성과를 평가한 결과, 통과 점수인 70점에 미치지 못해 일반학교로 전환되는 게 마땅하다는 취지였다. 국제중과 자사고가 '공교육 정상화' 기조에서 벗어나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교육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점도 취소 이유로 들었다.
학교 측 반발은 거셌다. 교육청이 ①국제중·자사고 지정 취소 기준 점수를 60점에서 70점으로 올렸고 ②신설되거나 바뀐 평가 기준과 배점이 학교 측에 불리할 뿐 아니라 ③평가 직전에 통보해서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교육청은 지정 취소를 밀어붙였고,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국제중과 자사고는 소송으로 맞섰다.
2년 넘게 이어진 국제중·자사고 지정 취소 소송은 교육청의 완패로 일단락됐다. 교육청이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었던 영훈·대원중의 특성화중 지정 취소 소송 항소심마저 법원이 학교 손을 들어주면서, 서울시교육청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교육청 주장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은 걸까. 법원은 정책 운용에 관한 교육청의 폭넓은 재량권은 인정했으며, "일부 평가기준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예컨대 '교실수업 개선 노력 정도' 지표는 "수업을 질문과 토론 중심으로 혁신하고, 학생의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 부당하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국제중과 자사고가 관할 교육청에서 5년마다 운영 평가를 받아 갱신 여부가 결정되므로 공정한 심사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법원은 "교육청이 평가 직전에서야 새로운 지표를 통보·적용했다"며 "사전에 공표되지 않은 평가기준까지 예측해 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이 도입한 평가 지표와 배점도 대부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예컨대 '학급자치 활성화를 위해 학급당 20만 원 이상 운영비 확보' 지표에 대해, 법원은 "국제중·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부분까지 문제 삼아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학교 만족도 평가 배점 15점에서 9점으로 변경'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배점을 낮춰 상당한 불이익을 줬다"고 봤다.
교육서열화에 따른 부작용 해소라는 '공익 논리'도 통하지 않았다. 세화고·배재고 자사고 취소 소송에서 학교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자사고가 고교서열화의 원인이라면 행정청은 평가 기준을 재설계해 부작용을 없애는 운영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결국 국제중·자사고 지정 취소를 "재량권을 남용한 자의적 행정"으로 결론지었다. 지난달 30일 영훈·대원국제중 손을 들어준 서울고법 재판부는 "시교육청은 '광범위한 재량과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며 "'법치행정의 근간을 부정하고 행정청의 자의적 재량권 행사를 눈 감아달라'는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 공약을 차일피일 미루다 교육청에 공을 넘겼고, 급하게 일처리를 하다 보니 소송까지 가게 됐다"며 "교육정책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반성이 필요할 사건"이라고 밝혔다.
법원 판결로 국제중과 자사고의 역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자사고 존치" 입장을 밝혔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제중을 폐지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자사고 24곳이 2020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설립 근거를 삭제한 시행령 개정안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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