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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개방하고 검사는 경찰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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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인 2019년 봄 저녁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은 다변가답게 그날도 각종 현안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검찰과 경찰은 과거보다 훨씬 더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범죄자를 잡아서 기소하는 게 수사 목표라면 두 기관은 유착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얼굴을 자주 맞대야 한다는 게 대통령 지론이었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과 경찰의 역할을 가급적 분리하려는 당시 정부 방침에 이견을 드러낸 셈이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 생각은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검찰과 경찰은 10년 넘게 권한 다툼에 사사건건 충돌하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조직 논리가 우선하다 보니, 기관 입장에서 재단한 감정적 주장만 난무할 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결국엔 상대를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으로 만들어버렸다. 검찰은 대한민국 경찰이 조만간 중국 공안 같은 공룡조직이 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경찰은 한국 검찰이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무소불위 기관이라고 주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수사기관을 두 곳이나 보유했는데도, 피의자든 피해자든 참고인이든 수사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높다. 중복 수사가 많고 일처리가 느리며 법률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국민이 가장 원하는 ‘원스톱 수사 서비스’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두 기관이 유기적인 협조를 거부하고 독자노선 구축에 혈안이 돼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년 전부터 혈세를 들여 법률 검토를 담당하는 변호사들을 별도 채용하고 있다. 검찰에 의존하지 않고 법적 마인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윤 대통령이 언급했던 유기적 협조를 방해할 수도 있다. 경찰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에 애초부터 그런 역할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수사 대상이 되는지 안 되는지,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는 기본적으로 검찰이 판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검찰과 경찰의 갈등을 멀리서 지켜본 한 이방인은 답답한 듯 해결책을 제시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변호사로 활동해온 그는 한국의 현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전국에는 현재 시도지방경찰청 18곳과 경찰서 257곳, 지구대 595곳, 파출소 1,438곳이 있다. 그가 제안한 해법은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검사를 파견해 상주시키는 것이었다.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경찰과 같은 공간에 머물며 수사 초기부터 법률적 조언을 해준다면, 수사 속도도 빨라지고 중복 수사도 사라질 것이며 소통도 원활해질 것이란 설명이었다. 실제로 검찰은 그 많은 정부기관에 검사를 파견해놓고, 정작 가장 검사가 필요한 경찰에는 보내질 않고 있다. 검사 파견으로 여유가 생긴 검찰청 건물을 국민 품에 안겨준다면, 청와대 개방 못지않은 업적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검사가 상주한다면 간섭받길 싫어하는 경찰들은 부담을 느끼겠지만, 아마도 검사들이 더 반대할 것 같다. 경찰의 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검사는 경찰과 힘을 합쳐 범죄자를 잡고 재판에 넘기기 위한 가장 효율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검사는 경찰과 유착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의 뜻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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