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 합법이었나'... 세 사건으로 본 론스타와 20년 악연

입력
2022.08.31 11:20
수정
2022.08.31 18: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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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외환은행 되팔려 했으나
'헐값 매각', '주가 조작' 의혹에 발 묶여
2012년 '산업 자본' 의혹 일기도

2006년 11월 1일 당시 서울 강남구 한 건물에 입주한 론스타 안내표지판. 연합뉴스

2006년 11월 1일 당시 서울 강남구 한 건물에 입주한 론스타 안내표지판. 연합뉴스

"론스타는 '합법적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했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소송전은 결국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지난 10년간, 길게는 첫 의혹 제기 이후 17년간 두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불법 인수에 대해 합당한 제재가 없었다. 정부는 4조7,000억 원 '먹튀'를 방조했다."(시민단체) "합법을 불법으로 몰아 매각이 5년이나 지연됐다."(론스타)

여기에 얽힌 사건은 크게 세 가지. 하나는 ①'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되팔려 했던 2005년 말 "론스타에 넘기기 위해 정부가 외환은행을 부실 은행인 것처럼 조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즉 '외국인의 경우 금융(지주)회사만 국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 단, 부실은행은 예외'라는 조항을 정부가 악용했다는 얘기다.

당시 검찰은 이 의혹이 사실이라고 결론지었다. 론스타가 헐값(1조3,834억 원)에 외환은행을 매입했고, 2003년 7월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10인 회의'가 이를 주도했다고 봤다. 검찰은 참석자였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4명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낮은 가격에 매각한) 부적절한 행위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엄격하게 봤을 때 배임 행위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은 2010년 무죄를 확정했다.

두 번째는 ②'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이다. '외환은행이 외환카드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려 헐값에 합병했고, 론스타가 개입됐다'는 내용이다. 2007년 시작한 재판은 2011년 유죄로 결론 났다. 발목을 잡았던 송사가 끝나자 론스타는 한국을 떠날 채비를 했다. 패소한 탓에 외환은행 지분 41%를 팔아야 했지만, 새 인수자 하나금융에 넘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즈음 ③'론스타는 일본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산업자본이라 애초에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산업자본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며 론스타를 놓아주었다. 론스타가 하나금융으로부터 받은 돈은 3조9,157억 원이었다.

2012년 초 한국을 떠났던 론스타는 그해 말 소송가 6조 원에 이르는 국제 소송과 함께 돌아왔다. 그들은 한국 정부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송사에 얽히지만 않았으면, 금융위가 판결과 관계없이 매각을 승인했다면, 2007년 5조9,376억 원(홍콩상하이은행)에 팔 수 있었다." 또 외환은행 실소유주는 벨기에 페이퍼컴퍼니(LSF-KEB홀딩스)로 국세청이 매각 대금에 과세한 것도 부당하다고 했다.

론스타는 매각 지연으로 생긴 손해 1조8,000억 원, 세금 8,000억 원, 승소할 경우 벨기에 과세 당국에 낼 세금 2조3,000억 원을 청구(각각 당시 환율 기준)했다. 31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 판정부는 론스타의 주장이 일부 정당하다고 보고 "한국 정부가 2억1,650만 달러와 이자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자를 포함한 배상 규모는 약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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