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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퇴사시대, 사람이 문제다" 150번 인터뷰하고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만든 권민석 레몬베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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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 관리다. 사람을 뽑는 것도 힘들지만 뽑은 인재를 관리해,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대한 고민이 여실히 녹아있는 것이 기업들마다 앞다퉈 도입하는 인사관리(HR) 소프트웨어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경영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전자책 서비스 리디의 창업자로 유명한 권민석(41) 대표가 만든 신생기업(스타트업) 레몬베이스는 기업에 꼭 필요한 HR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업체다. 이 업체가 만든 같은 이름의 HR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기업은 약 2,000개 사에 이른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위치한 레몬베이스 사무실에서 권 대표를 만나 특별한 개발담을 들어봤다.
권 대표는 요즘을 '대퇴사시대'로 정의했다. "신입사원의 절반이 1년 내 퇴사하는 곳이 많아요. 젊은 사람일수록 개인의 성장과 회사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성과와 평가만 얘기하면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신입사원에 국한한 얘기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큰 영향을 미쳤죠.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10년씩 직장을 다닌 사람들도 과감하게 이직을 해요."
사람들이 직장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 대표는 "몰입 때문"이라고 답했다. "몰입이란 구성원들이 회사의 목표와 비전을 얼마나 잘 이해하며 하는 일에 얼마나 빠져들 수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죠. 과거 기업들은 구성원들이 시키는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만 따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구성원들이 회사와 일을 이해하는 정도인 몰입이 곧 성과로 이어지죠. 몰입할 수 없는 회사라면 개인의 성장을 기대하니 힘드니 떠나요."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을 비롯해 스타트업들이 잘하는 것이 구성원이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자주 소통하며 구성원의 몰입과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스타트업 문화의 특징이죠. 수시 소통으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를 구현한 소프트웨어가 2020년 출시한 '레몬베이스'다. 인터넷을 통해 다달이 돈을 내고 사용하는 구독형 서비스인 이 소프트웨어는 인사관리와 능력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 기능이 1대 1 면담기록인 '1 대 1 미팅'이다. 각 직원들에게 부여한 보드에 팀장들과 개별 면담을 가진 내용들이 모두 기록돼 있다. "인재 개발의 핵심은 1대 1 면담입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은 팀장이 팀원들과 1대 1 면담을 매주 갖고 수시로 일을 지도하며 칭찬을 많이 해요.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즉시 성장을 꾀하죠."
재미있는 것은 감사와 칭찬을 위한 메신저 기능이다. "면담 후 '응원 보내기' 기능을 통해 칭찬을 해요. 칭찬 문화 확산이 중요해 만들었죠."
1대 1 면담도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대화 주제를 정해야 한다. 레몬베이스는 1대 1 면담에 필요한 주제를 연구하는 피플 사이언스팀이 따로 있다. "자료 분석과 연구를 통해 주제를 개발해 제시하죠. 면담을 가지려는 구성원에게 적합한 대화 주제를 찾아줘요. 그래야 풍부한 자료가 쌓여서 데이터에 기반한 평가를 할 수 있어요."
권 대표도 약 50명 직원들과 수시로 1대 1 면담을 갖는다. "업무 시간의 30%를 구성원들과 1대 1 면담에 써요. 동료들 간에도 1대 1 면담을 하죠. 자주 만나는 만큼 솔직한 얘기들이 많이 나와요."
하지만 1대 1 소통 문화가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리더인 조직장들이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장이 어떤 식으로 소통하고 반응하는지 굉장히 중요해요. 그런데 지금 조직장들은 소통에 익숙한 교육을 받고 성장한 사람들이 아닐 수 있어요. 따라서 이들이 소통 문화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소통이 활성화되려면 직원들의 성과 측정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OKR(Objective and Key Result, 목표와 핵심 결과)이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연초에 세운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따지는 성과평가체제(KPI)를 고집하지만 구글 등 실리콘밸리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직원들의 능력과 업무 진척도에 따라 목표를 수시로 바꾸고 성과 측정도 연간이 아니라 자주하는 OKR을 선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공정한 평가다. "구성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공정하지 못한 평가 때문이죠. 평가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해야 해요."
이를 위해 레몬베이스는 360도 평가 기능을 제공한다. "조직장이 막연하게 기억을 더듬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1년간 한 일과 잦은 만남 자료들을 토대로 평가하도록 해요. 더불어 조직장 1명이 아니라 동료들도 참여해 360도 평가를 합니다. 여기에 평가 조정회의를 통해 많은 사람의 주관적 편향이 제각각 반영된 부분을 바로 잡죠.”
평가 구성요소도 레몬베이스에서 제공한다. "평가에 필요한 질문지 등을 소프트웨어에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어요. 필요한 요소들도 제공하죠."
평가 기능은 구성원들이 1년간 한 일과 1대 1 면담 기록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 보여준다. 또 조직의 목표와 업무 진척도도 그래프를 이용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구성원들도 평가받은 내용을 볼 수 있다. "동료, 상사의 평가 내용을 볼 수 있죠. 이때 익명 공개와 기명 공개를 정할 수 있어요."
레몬베이스의 이용료는 직원 1인당 월 4,000원이다. 고객사는 직원 100명 미만 기업부터 1,000명 이상 기업까지 다양하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관련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따로 개발하거나 구입하면 돈이 많이 드니 대신 레몬베이스를 이용하죠. 직원 300~400명 규모의 기업들이 많아요. 카카오모빌리티나 롯데푸드 등 약 2,000개 사가 이용하죠."
권 대표는 레몬베이스를 알리는 통로로 '레몬베이스 캠프'라는 콘텐츠를 활용한다. 레몬베이스 캠프는 일종의 블로그다. "성과관리, 평가에 도움이 되는 면담법 등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내용과 고민거리들을 주로 소개하죠. 이 콘텐츠를 통해 레몬베이스를 알게 돼 이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요."
덕분에 이용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 "고객사가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4, 5배 늘었어요. 성장성을 인정받아 누적으로 62억 원을 투자 받았죠. 추가 투자 유치에 대해서는 고민 중입니다." 매출 등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권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창업을 원했다. 하지만 어떤 사업을 할지 정하지 못해 세계적 소비재업체 P&G에 들어가 1년 6개월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매주 배기식 리디 대표, 현정환 레몬베이스 이사를 만나 사업 얘기를 했죠.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사업을 하지 못할 것 같아 무작정 퇴사했어요."
1년간 고민 끝에 두 사람과 함께 2008년 전자책 업체 리디를 창업했다. "당시 아마존과 아이폰이 큰 관심을 끌던 때였죠. 아마존, 아이폰과 연관된 사업을 생각하다가 리디를 창업했어요.”
그는 리디 시절 전자책 단말기 '페이퍼' 개발을 주도했다. "페이퍼 개발 때문에 중국 심천에 출장을 많이 갔어요. 국내에 전자책 단말기를 만들 회사가 없어서 1년에 9개월가량 중국에 있었죠."
그러다가 10년간 다닌 리디를 퇴사하고 2018년 지금의 회사를 창업한 것은 그간 쌓인 고민 때문이었다. "10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가장 힘든 것이 사람 문제였어요. 구성원의 채용, 평가, 성장 등에 대한 고민이 컸죠. 그래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는 리디 퇴사 후 두 번째 창업을 준비하며 15개월 동안 150회 인터뷰를 했다. "기업들의 고민과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기업 대표와 조직장 등을 만나 150회 인터뷰를 했어요. 그 안에서 시장을 봤죠. 이를 통해 우리의 문제의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검증했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했어요."
특이하게 그는 회사 색깔을 먼저 정하고 사명을 지었다. "세상에 따뜻함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어 노란색을 회사 색깔로 정했어요. 이후 노란색에 맞는 것들을 떠올리다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상징하는 레몬마켓이 떠올랐고, 회사와 구성원 간에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회사가 되자는 뜻에서 사명을 지었죠."
지금도 그는 전체 직원들과 자주 얘기한다. "한 달에 한 번 모두 모이는 회의를 해요. 이를 우리는 오렌지 미팅이라고 해요. 미국 스타트업들이 전체 회의를 올핸즈(all hands) 미팅이라고 부르는데 꼭 오렌지처럼 들려서 우리는 그렇게 불러요. 여기서 구성원 전체가 토론을 하죠."
그렇다 보니 회의가 너무 많아 거꾸로 회의 없는 날을 정하기도 했다. "매주 수요일이 회의 없는 날입니다. 구성원 전체가 어떤 회의도 하지 않아요. 너무 많은 회의로 업무 분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입니다."
권 대표의 목표는 "직장인들의 근본적 고민을 해결해 주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큰 고민을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회사, 구성원, 사업이 함께 성장하죠. 이를 돕는 세계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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