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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륀지' 논란 재연?...부산시 '영어 상용화'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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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영어 상용화 수순을 밟기 시작하자, 한글 관련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30부산세계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반대 단체들은 국어 발전을 가로막는 예산 낭비의 전형을 답습하고 있다며 '정책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30일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영어 상용도시 추진을 위한 전략과 계획 수립을 위해 다음 달 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와 교육청은 지난 9일 업무협약을 맺고 전담팀을 신설하는 한편, 전문가 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영어 상용화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의 선거 공약이기도 하다.
시와 교육청이 추진하는 영어 상용화는 영어로 소통이 원활한 환경 조성과 함께 외국어 서비스가 불편 없이 제공되는 환경을 의미한다. 우선 영어 공교육 혁신을 구상 중이다. 구체적으로 부산형 영어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과 영어 교원 전문성 강화 및 원어민 교사 확보, 영어 체험 프로그램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수준과 직종별로 나눠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거점교육센터인 권역별 글로벌 빌리지를 만들어 영어교육 e플랫폼 개설과 유명 외국 교육기관 유치·설립, 영·미 인턴십 활성화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외국인들이 부산에서 영어로 생활하기 수월한 환경을 만드는 데도 초점이 맞춰졌다. 도로 표지판이나 공공시설물 영문 표기화와 상용 공문서의 영어 병기, 영어 전용 소통창구 운영, 대중교통 영어 사용 환경 확충, 호텔·식당·상점의 영문 표기 확대, 영어 능통 공무원 채용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시 측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국제관광도시 위상 확보, 글로벌 금융 중심지 완성을 위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영어 상용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영어 상용화 추진 소식에 반발 움직임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한글학회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문화연대, 외솔회 등 76개 한글단체와 부산 작가회의, 인본사회연구소, 우리말글사랑행동본부 등 34개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공동 기구를 만들어 반대 운동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영어 상용도시는 인위적이고 무모한 실험"이라며 "경기도의 글로벌 빌리지와 같이 실패한 사례의 답습과 예산 낭비, 사교육비 부담 증가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이경숙 위원장의 '오륀지' 논란을 또다시 불러 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이 위원장은 "미국에서 오렌지라고 하니까 못 알아듣더라. '오륀지'라고 해야 알아듣더라"라고 하면서 영어 몰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가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시장의 핵심 정책이라는 점에서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다. 한글단체 관계자는 "영어 상용화는 공부할 필요나 의욕이 절실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억지로 영어 사용 환경을 만들어 오히려 불편과 짜증을 안길 뿐”이라며 “공공언어에서 영어를 남용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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