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편의점 진입도 어려운 이동약자 위해…'패널 재활용 경사로' 아이디어 낸 청년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7월 하순, 다섯 명의 청년들이 큼지막한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구석구석을 누볐다. 이들이 네 바퀴 가방과 함께 땀 흘려 이동한 거리는 약 7㎞. 짐 없이 걷기도 만만찮은 거리인데, 이들은 상점 곳곳을 들러 끌고 가던 캐리어를 들어 계단을 오르내리길 반복했다. 때론 상점에 들어가 내부 한 바퀴를 돌아봤다.
뜨거운 여름, 성수동 일대에 상당한 시간과 체력을 쏟아낸 심유경(25) 김주석(25) 김선태(25) 김민재(23) 곽누리(22)씨가 4일 전한 '캐리어 투어' 이유는 요즘 서울에서도 가장 '핫'하다는 성수동에서 이동 약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현대모비스 주최 청년 대상 공모전 격인 '2022 ESG 아이디어톤'에서 한 조를 이룬 이들은 휠체어와 유아차, 노인 보조 보행기 이용자들이 계단 앞에서 접할 좌절감을 줄이기 위해 버려진 자동차 패널을 압축·가공해 '재활용 패널 경사로'를 만들기로 했다.
총 50명이 10개 조로 나뉘어 시작한 공모전에서 이들은 패널 재활용에 주목했다. 재고가 쌓였어도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은 '불용 재고'는 패널과 범퍼, 램프, 몰딩이 대표적인데 이 중 가장 골머리를 앓는 패널을 재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발표를 맡았던 심유경씨는 "①기업의 당면 과제인 폐 부품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②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직결되는 시설 접근권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며 "버려진 패널을 가지고 경사로를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사회 환경을 만드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운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름도 '배프 경사로'로 정했다.
이들은 이동 약자들에겐 편의점조차 진입 장벽이 높은 곳이란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실제 충남 당진시에 사는 휠체어 이용자와 인터뷰한 결과 편의점 10곳 중 경사로가 있는 곳은 한두 곳 정도였다고 한다. 정부가 5월부터 약 15평(50㎡) 이상의 소규모 식당·카페 등 근린생활 시설에도 휠체어 경사로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했지만, 신축 및 증축 건물에만 해당돼 원래 있던 건물에는 반드시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 이들이 이동약자 시설 접근권 개선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 이유다.
이 같은 한계를 이겨내 보자고 나선 참가자들 눈엔 또 다른 한계들이 보였다. 조장을 맡은 김주석씨는 "성수동의 자영업자 7명을 만나면서, 자영업자(임차인)들이 경사로 설치를 허락해도 건물주(임대인)가 난색을 표할 땐 방법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각종 규제로 고정식 경사로 설치가 위법인 경우도 많은 데다 어렵사리 만들었어도 이후에 해체했을 땐 또 다른 폐기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래서 결정한 게 '입간판 겸 경사로' 제작 아이디어"라고 했다. 평시엔 경사로를 홍보용 입간판으로 쓰고, 이동 약자가 원하면 입간판에 설치된 벨을 누를 수 있게 했다. 가게 주인이 벨소리를 듣고 나와 입간판을 활용해 경사로를 만들어주게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 성동구청으로부터 제도 검토를 받고 외부 기관에 실용성 등을 살피도록 했다.
이들의 멘토를 맡은 소다미(35) 현대모비스 책임매니저는 "패널이 무거워서 좀 더 가볍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며 "참가자들의 열정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들에게 사회부문 대상과 함께 상금 100만 원을 전달했다. 환경부문 대상은 버려지는 자동차 머플러와 에어백 등을 활용해 화목 난로 연통, 차박용 텐트 등 캠핑용품으로 만드는 방안이 뽑혔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