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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쓰레기 한가득 추석 선물...'안 주고 안 받기' 문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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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와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에 연재합니다.
추석이 지났다. 아파트 단지 재활용 분리수거함마다 스티로폼과 선물 상자, 플라스틱 포장재가 차고 넘친다. 요즘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관행이 지속돼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선물(膳物)의 '선(膳)' 자는 '좋은(善)' '고기(月)'라는 의미다. 고대 제사상에 올린 고기를 나눠 먹는 것에서 선물이 유래했을 것으로 보인다. 제사상에는 가장 좋은 고기를 올렸을 테니, 제사 후 고기를 나눠 먹는 것은 이웃과 최상의 친교를 다지는 행위겠다.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남태평양 원주민들에게 선물은 부족들 간의 갈등을 중재하거나 생산력이 불균등한 부족 사이에 물질의 배분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선물은 물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과거에 공동체 친목을 다지고 부를 재분배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점차 그 의미는 퇴색되고 형식만 강조되면서 선물의 가격과 외양이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의 사회적 위신을 드러내는 표시가 돼버렸다. 특히 명절 선물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고, 명절만 지나면 포장 쓰레기를 치우느라 전국이 몸살을 앓는다. 선물을 받은 것인지 쓰레기를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탄식도 넘친다. 지방자치단체 쓰레기 선별장에서 흰색 산을 이루고 있는 스티로폼 포장재는 명절 후 풍경을 상징하는 장면이 돼버렸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과대포장 단속을 한다. 포장재 크기가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상품에 비해 지나치게 클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난해 추석에는 77건을 적발해 39개 제품에, 올해 설에는 55건을 적발해 27개 제품에 과태료를 매겼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장이 간소화된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법을 지킨다 해도 택배로 전달되는 선물포장 자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도해서다. 술에 술잔을 같이 넣는 방식으로 포장 기준을 빠져나가는 편법을 사용하면 포장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명절 선물 관행을 바꾸는 것이 먼저다. 간소한 선물 세트도 좋지만, 아예 주고받지 않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일부 업계는 '명절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앞장서 뿌리내리도록 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대통령실의 명절 선물은 소비 진작의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꼭 소비를 촉진하는 일에 국가가 나설 필요가 있을까 싶다. 선물을 꼭 줘야 한다면 상품권이나 지역화폐 등을 이용해 선물을 받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원하지 않는 선물을 받아서 쓰레기로 버리는 것보다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실속 있는 선물이 좋지 않을까?
삼국사기에서 김부식은 백제문화를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고 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의미다. 백제의 미를 상징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물질 소비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크고 화려한 것을 좇는 소비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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