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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청년의 ‘건강 나이’가 왜 40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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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의 얼굴과 전자 차트를 번갈아 보면서 놀랄 때가 종종 있다. 생년월일은 80대인데 외모가 60대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한다.
모두 나이에 0.7~0.8을 곱할 정도로 젊게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나이에 2, 3을 곱할 만큼 건강이 나쁜 사례들도 있다.
20대 A양. 키 157㎝에 체중 82㎏으로 체질량지수(BMI)가 33이다. BMI 25 이상은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이다. A양은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이 있고, 간 수치(AST, ALT)도 기준보다 훨씬 높다.
그의 콩팥 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 여과율은 150mL/분으로 정상(90~100mL/분)보다 크게 높다. 임신부가 아닌데도 콩팥 기능이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는 거의 없다. 비만으로 인해 콩팥에 심각한 과부하가 걸려 있다는 뜻이다.
이를 방치하면 콩팥 기능이 치명적으로 손상돼 만성콩팥병 진단 기준인 60mL/분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A양의 ‘건강 나이’는 40대다.
10대 B군은 키 156cm에 체중 71kg으로 BMI는 29다. B군은 이미 비알코올성 지방간, 만성콩팥병, 빈혈이 있다. B군도 현재의 상태로 가면 20대에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40대쯤 되면 심ㆍ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콩팥이 망가져 투석이나 이식을 받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을 요즘은 대사질환 또는 생활습관병이라고 말하지만, 예전에는 ‘성인병’이라고 했다. 중ㆍ장년 성인들에게나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 20대에 이미 만성질환을 여러 개 가진 사례들이 늘면서 이제는 성인병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젊은 세대의 만성질환 증가를 주목해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표적 만성질환인 고혈압 유병률(19세 이상ㆍ2020 국민건강통계)은 22.9%, 당뇨병은 10.7%, 이상지질혈증은 19.7%다. 20대의 고혈압은 4.4%, 당뇨병은 0.7%, 이상지질혈증은 5.2%로 아주 높지는 않다. 이 수치만 보면 뭐가 걱정일까 싶다.
하지만 고혈압ㆍ당뇨병과 함께 대사질환의 하나로 분류하는 비만 통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0대 남성 비만율은 무려 58.2%, 20대도 41.5%나 된다. A양과 B군처럼 젊은 층의 고혈압ㆍ당뇨병ㆍ만성콩팥병 등의 출발점은 대부분이 비만이다. 잠재적인 만성질환 환자가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걷기 등 활동량이 줄었고, 비만 인구가 늘고 있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젊은 층 비만율 증가 현상이 뚜렷하다.
지금 20, 30대의 상당수는 100세 안팎까지 살 것이다. 그런데 20, 30대에 비만으로 시작해 각종 만성질환에 허덕여서는 건강 장수는 고사하고, 인생의 절반 이상을 유병(有病) 기간으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많은 진료비와 간호ㆍ간병 비용을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까? 미래 세대의 비만 문제 해결을 나라의 백년대계 앞 페이지에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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