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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더 이상 필수도 아니고 대세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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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에서 결혼과 출산은 더 이상 필수도 아니고 대세도 아니다. 지난해 혼인 건수가 20만 건 아래로 떨어지면서 혼인율이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30대 남자의 미혼율은 50%를 넘는다고 한다. 출산율도 가파르게 감소하는 중이다. 올해 2분기 합계 출산율은 0.75명을 기록했는데, 세계 최저 수준이고 예상 수치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 감소는 문제인가? 그렇다. 사회 재생산과 경제 발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추세로 인구가 계속 줄어든다면 새롭게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구는 적어지고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만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 문화는 대체로 결혼을 해야만 아이를 낳기 때문에 출산율이 높아지려면 혼인율이 먼저 높아져야만 한다.
그렇다면 왜 소위 결혼 적령기인 30대 남녀들이 결혼을 하지 않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결혼이 '필수'에서 '선택'의 영역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세대에서 결혼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은 어딘가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러나저러나 결혼을 했다. 반드시 좋은 현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이 필수였기 때문에 성향이 결혼 제도와 맞지 않는 사람도 결혼을 했고 서로 잘 맞지 않는 커플도 헤어지지 않고 결혼했다. 개인의 삶이나 가족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었다.
이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깨졌다. 적어도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결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뜻이 잘 맞지 않으면 이혼한다. 그렇다고 결혼하지 않은 이들 모두가 확고하게 비혼이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 세대의 정확한 심리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하면 좋기는 하지만 더 이상 필수는 아니기 때문에 '정말 잘 맞는 사람'과 '준비된 때'에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과 범람하는 정보는 나와 잘 맞는 사람에 대한 기준을 예리하게 갈고닦는 것을 도와주었다. 개인적 경험뿐만 아니라 간접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력이나 외모는 물론 가치관, 대화 코드, 생활 습관, 가정환경까지 꼼꼼히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눈이 높다기보다는 허용 범위가 좁다. 30대 초반의 많은 또래 친구들이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어 하고 그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본인이 가진 좁고 분명한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결이 맞지 않으면 차라리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이런 변화를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인생에서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낮은 혼인율과 출산율이 문제라고 아무리 떠들어대 봐야 국가의 숫자를 위해서 인륜지대사를 결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추세를 반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우리가 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게 도와줘야 할 것 같다. 상대의 어느 부분은 절대 용인할 수 없지만 어떤 부분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맞춰 나갈 수 있다는 지점을 분명하게 인지할 때 비로소 결에 맞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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