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8월 태풍...무시무시한 가을 태풍 시즌이 온다

입력
2022.08.27 11:00
수정
2022.08.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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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영향 태풍 0개...7월에도 소형 태풍만 3개
매미·루사처럼... 보통 여름 이후 태풍 덩치 커져
기상청 "가을 태풍 사회적 파장 커...경각심 필요"

2003년 태풍 매미 피해로 큰 가지가 잘려 나간 천연기념물 제64호 두서 은행나무 당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3년 태풍 매미 피해로 큰 가지가 잘려 나간 천연기념물 제64호 두서 은행나무 당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태풍이 성장할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태풍 시즌이 시작됐다.

올여름은 장마 이후 정체전선에 의한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재산 피해 등이 발생한 반면 태풍은 예년 여름처럼 비교적 잠잠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일컬어지는 '매미'와 '루사'가 한반도를 덮친 계절이 초가을이다. 올해 발생한 태풍들의 위력이 미미했다고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에만 제7호 태풍 '무란'부터 제10호 태풍 '도카게'까지 4개의 태풍이 발생했지만 한국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없었다. '영향태풍'은 국내 육상·해상에 태풍특보가 발효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며, 태풍이 지나가더라도 태풍특보가 발효되지 않으면 영향태풍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지난달에 발달한 제4호 태풍 '에어리', 제5호 태풍 '송다', 제6호 태풍 '트라세'는 영향태풍으로 기록됐지만 모두 태풍의 전 단계인 열대저압부(최대 풍속 초당 17m 미만)를 간신히 벗어난 소형 태풍이었다. 우리나라에는 뜨거운 수증기를 불어넣는 정도에 그쳤다.

여름철 태풍이 세력을 키우지 못한 것은 △북태평양 고기압 △해수면 온도 등의 영향 때문이다.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26~27도일 때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육지보다 온도가 천천히 오르는 바다 특성상 충분히 데워지지 않아 태풍이 힘을 모으지 못한 채 금세 약화된 것이다. 게다가 태풍은 고기압을 뚫고 지나갈 수 없다. 우리나라 위에 북태평양고기압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여름철에는 태풍이 북상하기가 더욱 어렵다.

제5호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지난달 31일 오후 우산을 쓴 시민과 외국인들이 서울 도심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제5호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지난달 31일 오후 우산을 쓴 시민과 외국인들이 서울 도심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말해 가을에는 태풍이 세력을 키울 조건이 충족된다는 뜻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며 더 이상 우리나라를 덮지 않아 태풍이 들어올 길이 열리고, 해수면 온도도 최고조로 상승해 해상으로부터 수증기를 더욱 많이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을철 한반도 위에 자리 잡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태풍의 뜨거운 공기와 만나면서 비구름대가 강화되거나, 새로운 비구름대가 생성돼 큰 비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주요 태풍 중에는 가을 태풍이 많았다. 행정안전부의 '2020년 재해연보'를 보면 1987년부터 그해까지 34년간 주요 영향태풍으로 분류된 32개 중 소멸일이 9, 10월인 태풍이 18개로 절반 이상이다. 막대한 피해를 입힌 루사(2002년 8월 23일 발생, 9월 1일 소멸)와 매미(2003년 9월 6일 발생, 14일 소멸)도 여기에 포함된다. 루사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246명, 재산 피해는 5조1,479억 원에 달했다. 매미 또한 131명의 사망·실종자와 4조2,224억 원 규모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해 태풍 피해가 기반시설뿐 아니라 재산 피해 등으로 확대, 사회적인 파장이 더 커진다"면서 "날이 비교적 청명해도 경각심을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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