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학교에서 기르는 동물 전수조사한다"

입력
2022.08.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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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운영합니다.


서울시 한 초등학교에서 사육되다 지난달 경기 군포시 야산에 버려졌다 구조된 토끼 안테나(왼쪽부터), 오서방, 모카, 왼서방. 이들은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서울시 한 초등학교에서 사육되다 지난달 경기 군포시 야산에 버려졌다 구조된 토끼 안테나(왼쪽부터), 오서방, 모카, 왼서방. 이들은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학교 내 사육 토끼, 동물교육한다며 이용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8월 19일)한 애니청원에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 토끼보호연대(토보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1,185명에 달했습니다.

교육기관 내 동물사육장 실태조사 필요성과 동물사육장 추가 설치 중단을 촉구한 내용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셨는데요.

서울시교육청에 동물사육장 운영 관련 대응 방안을 물었습니다. 수의인문학자인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최승희 토보연 팀장은 현재 교육기관 내 동물사육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부분을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가 7월 초 경기 군포시 수리산 입구에 유기한 39마리 중 한 마리. 토끼보호연대 제공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가 7월 초 경기 군포시 수리산 입구에 유기한 39마리 중 한 마리. 토끼보호연대 제공

-서울시내 학교의 동물사육 현황을 파악하고 있나요.

"아직까지 동물사육 현황이 파악되진 않았습니다. 이번 토끼 유기 사건을 계기로 연내 유치원을 포함 초중고교 내 동물사육 실태를 전수조사할 예정입니다. 다만 사육동물 기준 범위를 정하고 앞으로 지원 방법 등을 포함해 진행할 예정이어서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동물복지 교육과정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그동안 학교에서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길러온 게 사실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교육청과 일선 교사들이 동물을 기르는 데 무지했다는 점, 동물을 바라보는 시민의 눈높이가 높아졌음을 실감했습니다. 앞으로 학부모, 전문가, 동물단체와 동물사육방법 등을 논의하고, 동물복지 교육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경기 군포시 수리산에 유기됐다 구조된 구찌와 디올이. 구조 당시 심한 구더기증이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경기 군포시 수리산에 유기됐다 구조된 구찌와 디올이. 구조 당시 심한 구더기증이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학교 내 동물을 기르다 문제가 돼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있나요.

"경북 경주시 한 고등학교 학생으로부터 '개체 수가 늘어 입양을 보내야 하는데 입양 가이드를 줄 수 있느냐'며 도움을 요청해 온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학교, 기관에서 교육을 명목으로 동물을 길렀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문제가 된 사례들을 다수 확인했습니다." (이하 최승희 토보연 팀장)

-학교에서 유독 토끼, 햄스터 등 소동물을 키우는데 이유를 뭐로 보나요.

"토끼를 키우던 한 학교에서 수년 전까지 닭을 키웠는데 주변에서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와 지방 농가로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반면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등 소동물은 덩치가 작고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많이 기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동물은 중성화하지 않으면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다 영역동물이라 다툼이 발생하는 등 집단사육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서울시교육청에 교육기관 내 동물사육장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추가 설치를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전달했습니다."

토끼보호연대는 이달 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먼저 떠난 다섯 마리 토끼의 위령제를 지내는 퍼포먼스를 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토끼보호연대는 이달 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먼저 떠난 다섯 마리 토끼의 위령제를 지내는 퍼포먼스를 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학교는 교육을 명목으로 동물을 기르고 있습니다. 동물사육이 동물복지 교육에 도움이 될까요.

"동물 기르기는 동물복지가 아닌 동물사육 교육입니다. 사육 목적이 토끼 사육자를 양성하기 위한 건 아닙니다. 이번 토끼 유기 사태처럼 기르던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동물복지에 반하는 교육이 됩니다." (이하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동물복지 교육을 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동물을 직접 만지고 기르지 않아도 모형, 영상 등을 통해 충분히 동물복지 인식을 높이고, 생명존중 의식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동물을 기르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기르기로 결정했다면 대학에서 동물을 실험, 실습에 동원할 때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듯 동물 구입∙취득부터 사육과정, 사육 후 분양까지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감수를 거쳐야 합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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