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비명 갈등 불씨만 커진다... 민주, '이재명 방탄' 당헌 재추진

입력
2022.08.25 20:30
수정
2022.08.25 20:5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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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등 비명계 "일사부재의 위반" 비판 속
'李방탄' 조항 살린 당헌 개정안 당무위 의결
차기 지도부에서 '계파 갈등' 불씨로 남을 듯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기소 시 당직 정지에 대한 예외 적용' 조항(당헌 제80조)이 포함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날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된 개정안 내용 중 '권리당원 전원투표(전당원투표) 우선' 조항(당헌 제14조의 2항)만 삭제한 채 '이재용 방탄용'이란 지적을 받았던 제80조가 그대로 포함된 것이다. 이에 비이재명(비명)계는 "일사부재의 위반"이라고 반발하면서 당헌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비명계, 당헌 개정 절차·내용 모두 비판

이날 당무위 의결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부결된 전체 안건에서 (하나만) 수정해서 올리면 너무 자의적인 것 아닌가"라며 비상대책위원회의 당헌 80조 재의결 추진을 문제 삼았다. 그는 또 "우리 당이 윤석열 정부의 법과 규정을 뛰어넘는 문제를 얘기하는 만큼 절차와 과정이 잘 지켜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원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지도부가 마련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에서 부결된 일이 전무후무하다"며 "(일련의 과정들이) 공당의 절차치고 가볍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중앙위에서 부결된 사안은 아예 당헌 개정을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날 당헌 개정안이 부결된 것은 '기소 시 당직 정지 적용 예외·전당원투표' 조항 모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데, 비대위가 이 중 하나만 삭제해 재상정한 것은 일사부재의에 위반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비대위는 "같은 회기에 동일한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았기에 일사부재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비대위는 전날 중앙위의 당헌 개정안 부결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전당원투표 조항만 삭제한 수정안을 제시하고, 이를 의결하기 위한 당무위와 중앙위를 소집했다. 비명계는 이에 대해서도 '중앙위 소집 시 5일 전에 공지해야 한다'는 당규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절차상 하자 외에 당헌 80조 내용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당헌 80조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것은 관심법"이라며 "왜 비대위에서 월권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중앙위 의결 남아... 친명계 "전당원투표도 도입해야"

비명계의 반발에도 비대위의 당헌 개정안은 당무위 의결을 거쳐 26일 중앙위 재의결을 앞두고 있다. 신현영 대변인은 당무위 직후 "전당원투표를 제외한 나머지 개정안건이 당무위를 통과했다"며 "쟁점 조항을 들어낸 나머지 조항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중앙위가 열리는 만큼, 현재로선 당무위를 통과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다수다.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구도로 진행된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당헌 개정 논란은 차기 지도부에서도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친명계 최고위원 주자인 정청래 의원은 중앙위에서 부결된 전당원투표와 관련해 "새 지도부 구성 즉시 개정을 발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차기 지도부가 이재명 친정체제로 구축될 경우,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명분 삼아 전당원투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에 나선다면 '친명 대 비명'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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