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연, '리미트' 촬영 전 아들 안 본 이유 [인터뷰]

입력
2022.08.26 09:17
진서연이 '리미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진서연이 '리미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배우 진서연은 자신이 느린 연기자라고 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리미트'를 촬영하기 전 잠시 아들을 떠나 있었단다. 캐릭터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그로 변신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이가 사라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그는 2, 3일 동안 아들과 떨어져 있었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리미트'의 연주 그 자체가 됐다.

진서연은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리미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리미트'는 아동 연쇄 유괴사건 피해자 엄마의 대역을 맡은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 소은(이정현)이 사건을 해결하던 도중 의문의 전화를 받으면서 최악의 위기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 스릴러 영화다.

한국 엄마판 '테이큰'의 매력

진서연이 '리미트' 연주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진서연이 '리미트' 연주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진서연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아이를 찾아내는 강인한 엄마 연주 역을 맡았다. 그는 대본을 읽었을 당시 자신이 연주가 아닌 빌런 혜진 역으로 캐스팅됐다고 생각했다. "이해가 안 돼서 감독님께 어떻게 연주 역으로 나를 떠올렸는지 물었다. 내게 고급스러운 엄마의 이미지가 없다고 느꼈다"는 게 진서연의 설명이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감독은 배우가 관객들의 고정관념에 반대되는 캐릭터들을 소화하길 원했다. 이에 진서연은 연주를, 문정희는 빌런 혜진을 연기하게 됐다.

진서연은 '리미트'의 대본이 정말 훌륭했으며 연주 또한 매력적인 캐릭터로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여성 세 명이 이끄는 한국 누아르 영화라는 점에서도 끌렸단다. 그가 바라본 리미트는 한국 엄마판 '테이큰'이었다. 진서연은 "그동안 한국 여자들이 주도적으로 극을 이끄는 누아르 영화가 없었다"며 '리미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진서연의 어린 시절

진서연이 과거를 회상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진서연이 과거를 회상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진서연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여성을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런 캐릭터들의 경우 문제가 없는 한도 내에서는 맡아 했던 듯하다. 반대로 남자를 떠받쳐줘야 하거나 어떤 기능을 하는 정도에 멈춰 있는 역할은 거의 거절했던 듯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진서연도 매우 주도적인 편이다. 그는 청혼도 남편이 아닌 자신이 했다고 말했다.

진서연의 어린 시절은 그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다. 진서연은 "딸 셋 중 둘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상, 여자상이 따로 있었다. 겸상 안 하는 집안에서 자라 억눌림과 불평등에 대한 반항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와 여자가) 공평해야 한다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인 듯해요. 여성도 동등하게 대우받았으면, 그리고 주도적으로 뭔가를 했으면 싶었죠."

진서연 놀라게 만든 문정희·이정현의 연기력

진서연이 문정희 이정현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진서연이 문정희 이정현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리미트'의 촬영 현장은 어땠을까. 진서연은 "배우들 모두 피 터지게 했다.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문정희의 빌런 연기는 소름 끼칠 정도였단다. 진서연은 문정희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뚝뚝 떨구기까지 했다. 이정현은 장난을 치고 통화를 하다가도 순식간에 돌변해 소은 역에 녹아들었다. 진서연은 자신이 촬영 전부터 아이를 떠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정현을 보고 '난 호흡을 잡는 데 오래 걸리는데… 난 언제 저렇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몰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진서연은 '리미트' 촬영 현장에서도 계속 연주로 존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는 '독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보령을 연기했던 그는 "'독전' 당시 배우들과 무대인사 다닐 때 얘기를 처음 했다. 주혁 선배 외에는 안 해봤다"고 밝혔다. 보령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촬영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국가대표 닮은 배우들

진서연이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진서연이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리미트'에서 모성애를 그려낸 진서연은 실제로 친구를 대할 때, 동료를 대할 때, 그리고 아이를 대할 때의 태도가 모두 똑같단다. 존중해 주고 감정이 정리된 후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운 덕에 진서연의 아이들은 또래보다 말을 차분하게 잘 하는 편이다. 진서연은 "아이에게 경제 공부를 계속 시킬 예정이고 20세가 되면 완전히 독립시켜 지원해 주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엄마가 되면서 진서연의 연기 깊이도 달라졌다. 그는 "난 테크니컬한 사람이 아니라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연기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했다. 엄마가 된 진서연은 모성애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훨씬 따스해졌단다. 그는 "사람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다 내 자식 같아지더라. 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고 이야기했다.

진서연은 배우를 국가대표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메달을 따야 하는 건 아니지만 몇 백 명의 살림살이를 책임져야 하고 그들의 미래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진서연이 몸과 마음의 단련에 더욱 집중하는 이유다. "2, 3개월 연습해 10년 한 사람처럼 액션 연기를 할 순 없죠. 준비돼 있지 않으면 다른 이들을 책임질 수 없다는 부담감, 의무감은 매일 운동을 하고 명상하고 책, 영화를 보고 배우로 몰입해 있는 큰 이유죠. 대충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커요."

한편 '리미트'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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