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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찾듯 '수원 세 모녀' 사례 파악한다지만..."찾는 게 다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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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사회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경기 수원시의 세 모녀 사건으로 복지제도의 사각지대가 또 한 번 드러났다. 정부는 뒤늦게 세 모녀처럼 전입신고 없이 거주지를 옮긴 취약가구를 찾아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이 실종자나 가출자처럼 거주지를 파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복지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이 벼랑 끝으로 몰리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경찰청, 사회보장정보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용회복위원회,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주문한 전날 오후 총리 주재 회의에 이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복지부는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해 취약계층 연락처 연계, 복지정보 안내, 홍보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구원의 출산·사망, 소득·재산 변동 등 발생 시 받을 수 있는 급여를 선제적으로 안내하는 '복지멤버십' 가입도 독려하기로 했다. 복지멤버십은 주소지와 관계 없이 신청 가능하다. 다음 달부터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위기가구 사전 발굴 시스템의 위기정보를 현재 34종에서 중증질환 산정특례, 요양급여 장기 미청구, 맞춤형 급여신청 여부 등을 포함해 39종으로 확대한다.
수원 세 모녀는 건강보험료를 16개월 체납했지만 복지부의 시스템에서는 건보료 체납 한 가지 변수만 잡혀 긴급 위기가구로 분류되지 않았다. 스스로 상담 또는 복지급여를 신청한 내역도 없어 지자체는 세 모녀의 휴대폰 번호도 확보하지 못했다.
전병왕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시스템상 34종 위기정보로 산출되는 인원은 544만 명에 달해 빨리 찾아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건보료를 16개월 이상 체납한 사람만 50만 명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0년 기준 전국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정원은 4만2,000여 명이다. 이 중 위기가구 발굴 등을 담당하는 '찾아가는 복지전담팀' 인원은 공무원을 포함해 올해 6월 기준 1만2,700여 명이다.
세 모녀는 주소지가 경기 화성시였지만 실거주지는 수원시라 화성시 공무원들은 현장 방문에서도 세 모녀의 사정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복지부는 현행법상 아동, 치매노인, 정신장애인 실종으로 한정된 위치추적이 위기가구에도 가능하도록 법 개정 준비에 들어갔다. 또 경찰의 실종자 수사 기법도 활용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기가구의 소재 파악이 안 될 경우 경찰이 실종자나 가출자에 준해 찾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사건' 이후 정부는 복지 전달체계를 정비하고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수원 세 모녀가 암 투병 등 건강 문제와 생활고를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정부가 또 사후약방문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문가들은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 전 작동하는 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는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야 하는 사회 안전망이고, 이런 안전망은 겹겹이 필요한데 그동안 세 모녀를 한 번도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거소 불명인 위기가구를 찾는 것으로 대책 범위가 좁혀지면 안 되고, 그런 상태에 이르게 된 과정부터 점검해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병덕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채무 등에 얽혀 있다면 복지제도 신청이 어려울 수 있다"며 "그래서 어떠한 상황이라도 정부에 도움을 청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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