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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임박… 정권發 사정정국 ‘김건희 리스크’로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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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원의 정치행간’은 의회와 정당, 청와대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169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재탄생이 임박했다. 나흘 뒤면 8·28 전당대회가 막을 내리고 새 지도부가 진용을 드러낼 것이다. 지난 21일 전남·광주 순회경선까지 이재명 후보가 확보한 득표율은 78.35%. 민주당 역사상 기록적인 스코어다.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여론조사 5% 비중으로 짜여진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박용진 후보의 막판 뒤집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재연돼 가을정국은 대선 2라운드 성격으로 흐를 수 있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이른바 ‘이재명 사법리스크’까지 현실화할 경우 정치권이 정면충돌로 폭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원내 제1당에 당내 견제세력마저 미미해 말 그대로 제왕적 총재를 능가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게 된다. 최고위원 경선도 현재 당선권에 든 5명(정청래 고민정 서영교 장경태 박찬대) 가운데 고민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친(親)이재명계 일색이다. 지도부 전체가 친정체제로 꾸려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국민의힘 내분상황을 감안하면 전열을 재정비한 야당이 전면적 대여투쟁에 나서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민주당은 여권의 약한 고리인 ‘김건희 리스크’ 공략에 당장 집중할 기세다. 김용민 의원을 비롯한 강경파들은 ‘김건희씨 주가조작, 허위경력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국정조사 추진은 물론 최악의 경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카드’를 집어들 수 있다.
그 배경은 불가항력으로 닥칠 사정정국을 상수로 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방어를 위해 ‘사적채용’ ‘건진법사’ 논란 등 야권 지지층이 주목하는 대통령 부부를 정면공격하는 것이다. 친명 재선 김영호 의원은 24일 통화에서 “10월 안에 한동훈 장관이 주도하는 사정정국이 현실화하고 민주당이 강하게 저항하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당 주변에선 최근 검찰당국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서울 모 지역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야당에 대한 사정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의 색깔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쪽으로 변신할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행정가 출신답게 정책현안을 당대표가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무기로 ‘입법권력’을 적극 행사한다는 얘기다.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의원은 “국회 의석으로 보면 현정부는 반쪽자리 정권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이 여당은 아니더라도 입법드라이브를 세게 걸어 일정부분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다. 저쪽이 사정정국으로 나오니 우리는 민생행보를 병행해야 새 당대표에 대한 컨벤션 효과(정치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의원은 “윤 정부의 정책능력이 워낙 부실한 만큼 이 의원이 풍부한 행정경험을 살려 국민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유능한 민생정당’도 표방할 것”이라며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산업은행 지방이전 문제 같은 상임위별 현안과 복지부·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등에서 전방위로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의원의 득표상황과 달리 상당수 의원들은 당이 겪게 될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정치검찰에 의한 보복수사’로 규정하면서도 친명·비명 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걱정을 숨기진 못하는 표정이다. 이 의원의 6가지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는 속도가 빨라졌다. 당 안팎에선 변호사비 대납 및 쌍방울그룹 횡령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해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 비명 측 의원은 “확실한 증거가 나와 제1야당 대표를 소환하는 상황이 닥치면 중도 지지층은 등돌리고 우리 당은 패닉에 빠진다”고 반응했지만, 친명 중진은 “지금까지 조사했는데 기소 하나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수도권의 친명 의원은 “만에 하나 직접 돈을 건넸다는 식의 증거진술이 나오면 정치공작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변호사 대납 의혹 부분은 인지상정이라 문제가 생길지 좀 걱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친문 쪽은 이 의원의 강성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이 목소리를 내고 지도부가 호응해 정치적 이익을 관철하는 구조가 굳어질 것이란 점에서 ‘팬덤정치’에 대한 불안이 크다. 온라인당원과 네트워크정당 등 과거 친문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친명이 주류로 등장한 아이러니를 현실에서 맞닥뜨린 셈이다. 친문은 홍영표·전해철 의원이 이 의원에 대한 압박용으로 선제적 불출마선언을 했지만 전략적 실패로 이어졌다. 인물과 구도 모두 놓친 것이다. 이미 당은 ‘문재인 민주당’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최근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이 포용성장으로, 1가구1주택자가 실거주·실수요자로 바뀌자 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의원은 “문재인 정부 지우기 작업을 당장 멈추라”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비명 측은 당헌 80조 개정 건 이후 ‘사당화’ 문제를 제기하며 결집하고 있다. 당헌 80조는 당대표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될 경우 직무를 정지하는 조항이다. 절충안이 거론됐지만 이번엔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우선하는 당헌 신설을 놓고 제2의 ‘이재명 방탄용’ 아니냐는 논쟁이 이어졌다. 두 가지 내용이 담긴 개정안은 결국 중앙위 투표에서 강한 반발 끝에 부결됐다. 제동이 걸린 당원 중심주의 강화에 대해 친문 강병원 의원은 통화에서 “이재명 의원이 지지층만 데려가는 뺄셈정치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과거 우리 당의 귀책사유로 재보궐 선거가 생기면 후보를 안 낸다는 당헌을 번복할 때 당시 지도부가 전당원투표라는 미명하에 당원들한테 책임을 넘겼고 결국 작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참패하지 않았느냐”며 “그때 26%가 투표에 참여해 86% 찬성으로 그런 결정이 나왔다. 대의제를 부정하고 직접민주주의를 할 거면 지도부나 국회의원은 왜 있고 의원총회는 왜 하느냐. 전당원투표에서 적극지지층 5%만 참여해 90%가 찬성하면 인정할 건가. 목소리 큰 쪽이 당의 중요 결정을 주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국민의힘은 대통령당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진행 중이고 민주당은 이재명의 당으로 당내 권력투쟁이 종결되는 의미가 있다”며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분패한 이 의원의 경우는 이명박에 대패한 정동영 모델과 추가동력에서 차이가 크다. 야권에선 현재 대체할 인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10년 주기 정권교체론이 이번에 깨졌다. 사람들의 권력심판 주기가 짧아졌다는 점에서도 민주당에겐 지금 이재명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단, 이제부터는 ‘이재명 버전2’를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당장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경우 정권 측의 사정드라이브를 정치보복이라 믿는 층과 이를 믿고 싶은 사람들, 전혀 믿지 않는 사람들로 나뉠 것이고 중간에 있는 여론의 인식이 어떻게 돌아갈지가 첫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 이 의원이 지지율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박 교수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 이은 대선연장전 3라운드가 될 수밖에 없다”며 “본의 아니게 비교가 이뤄지고 대통령과 여권으로선 이재명 등장을 지지율 ‘바운싱백’(회복) 기대로 삼을 만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두고도 민주당 내부에선 이 의원의 실행력이 부각될 것으로 보는가 하면 정반대의 예상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개딸들의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공격, 김혜경씨 법인카드 관련 참고인 사망 때 보여준 이 의원의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와 비호감 언행이 대선 표심을 이탈하게 한다”며 “윤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이 총선 직전에 나왔다면 호재였겠지만 이재명 당대표 시대와 함께 저쪽 지지층이 살아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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