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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법무부 '검수원복'에 격한 반대... "모법 취지 왜곡해 무효"

입력
2022.08.23 18:08
수정
2022.08.23 18: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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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법무부에 시행령 반대 검토 의견 전달
"위임 입법 한계 일탈, 국민 법적 안정성 침해"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과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과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직접 수사개시 범위 확대안에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며 ‘무효’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경찰청은 전날 법무부에 제출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검토의견에서 사실상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정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검토의견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개정안과 관련해 “법에서 삭제된 범죄를 시행령으로 다시 포함하는 것은 상위법과 충돌해 무효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부패, 경제범죄 등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가 축소되자, ‘등’이라는 문구를 폭넓게 해석해 기존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서 삭제된 공직자ㆍ선거범죄 등도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경찰청은 “법률 개정 이유를 보면 (국회가) 4대 범죄를 삭제하려고 했음이 명백하다”면서 “(법무부가) 부패ㆍ경제범죄의 의미를 재분류하고, 등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모법을 함부로 확장해 위임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기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 한 검찰청법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등의 의미에 대해선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기소권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 입법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패ㆍ경제범죄에 한정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행령에 구체적 권한을 위임해 재량권을 준 것”이라는 법무부 주장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또 법무부가 △사법질서를 저해하는 범죄 △국가기관이 검사에게 고발·수사의뢰 하도록 한 범죄를 수사개시 범위에 포함한 것에 관해 “법률에서 규정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규정하는 것으로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하고 형사절차 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경찰은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피의자가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경찰청은 “명확하지 않은 규정은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대한 폭넓은 해석 재량을 부여해 논란을 야기하고, 수사 위법성을 놓고 수사ㆍ재판 단계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회의 입법권을 우회해 시행령으로 새로운 입법 취지를 설정하면 법치주의가 훼손되고, 국가 권력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해 결국 국민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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