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도 확인된 웅녀의 매직푸드, 마늘

입력
2022.08.23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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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알려진 마늘은 약용 식물로 그리고 음식의 향료로서 여러 나라 음식 문화에 없어서는 안 될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독특한 냄새로 여러 나라에서 특히 독일과 일본에서 천대를 받아왔다. 마늘은 그동안 음식 맛을 돋우고 혈압을 내리고, 암 같은 병의 치료제로 그 효과를 증명받았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즐겨 먹으며, 거의 전 세계에 전파되었다. 나 역시 마늘을 넣은 음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독일에 살면서 마늘을 넣은 음식을 먹고 나가면 주위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느낌을 받아서, 주중에는 자제하고 주말에만 먹었다. 독일이나 일본에서 마늘을 먹는 사람을 '미개한 민족', 마늘을 넣은 음식을 노동자들이나 먹는 음식으로 하대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이 마늘에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 어머니 젖에 녹아 있는 마늘을 먹고 자라고, 마늘 음식을 일생 내내 먹는 사람보다 더 지독한 중독성에 걸리기도 한다.

이러한 사람이 바로 내 친구 마리 부부의 옆집에 사시는 독일 할머니다. 이 독일 할머니는 부친이 나치 시절 은행장을 지내신 바 있는 부유층으로 남편과 사별한 상태였다. 예전에 독일 부유층에서는 마늘을 넣은 음식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마리는 알자스에서 태어나 베를린을 거쳐 지금은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알자스의 프랑스 지역에 살아서 마늘을 즐겨 먹었다. 옆집 할머니는 친구 집에 주말마다 오셔서 점심을 함께 드셨다. 하루는 "왜 이렇게 음식이 맛있어? 먹어보지 못한 것이 들어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마리는 특별한 맛이 아마도 마늘 때문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너무 놀라면서 "노동자나 하층 사람이나 먹는 마늘 음식을 내가 먹었어?"라고 하시면서 너무나 싫은 기색을 드러내셨다. 그러면서 마리 남편에게도 "자네는 교수인데, 높은 사람이 마늘을 먹고 강의하는가?"라고 물었다. 교수님이 대답하자, "학생들이 뭐라고 하는가? 냄새난다고 하지 않는가?"라고 다시 물으셨다. 그러자 교수님은 "저는 학생들 반응에 별 관심 없습니다. 마늘 냄새가 싫으면 강의에 안 들어오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후 할머니는 다시 친구 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나도 이제 정기적으로 마늘을 먹고 있어"라고 하셨다. 며칠 뒤에는 저녁마다 빵 위에 3개 생마늘을 잘게 쪼개서 먹고 있다고 하시면서 그 맛이 "일품이야!"라고 하셨다. 이제는 마늘을 포기할 수 없으시다는 의미다.

할머니는 50여 년간 고혈압으로 고생하면서 혈압 때문에 정규 검진을 받고 계셨다. 이번에도 검진 때문에 병원에 가셨는데, 주치의가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하면서 이 경이로운 현상이 왜 일어났는가를 물었다. 할머니는 마늘 이외는 다른 것을 먹지 않아서 마늘 때문이라고 대답하셨다. 그러자 의사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생마늘을 통째로 드신다고요? 그보다는 마늘이 들어간, 마늘 냄새 안 나는 마늘 알약을 드시면 더 좋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마리에게 "내가 그렇게 바보인 줄 알아! 나는 표절한 물건을 복용하지 않아. 난 계속 생마늘을 먹을 거야"라고 하셨다. 완전히 마늘 중독에 빠지신 것이다.

호주 국립통합의학연구소의 카린 리드(Karin Ried) 교수는 "마늘은 혈중 지질 수치를 낮춰 혈관의 동맥경화성 변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오늘날 다문화사회인 독일에서 독일 전통 음식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 여러 나라 음식점이 인기를 얻고 있고,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김해순 유라시아평화통합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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