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반지하 피해주민 "영화 '기생충'처럼 오물 역류…아들의 비참하단 말 힘들어"

입력
2022.08.23 11:23
긴급재난지역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주민
"지인 사무실서 지내...아들은 친구 집 전전"
"피해 본 청년들 보며 마음 아파 많이 울어"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반지하에서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이 침수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관악구·경기 양평군·충남 부여군 등 10개 시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해 신속한 수해 복구 및 피해액 등을 지원키로 한 가운데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침수 피해자는 23일 "현재 지인의 사무실서 생활하고 있고 아들은 친구 집을 전전한다"며 힘겨운 상황을 토로했다. 정부의 피해자 지원 정책에 대해 "행정적으로 미흡하다"고도 지적했다.

침수 피해자 A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8일부터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거주하던 반지하 집의 하수구가 역류, 집 전체가 물에 잠겼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들과 함께 상경한 지 4년 정도됐다는 A씨는 며칠 전만 해도 모텔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숙박비마저 떨어져 지인의 사무실에서 "침구류를 깔고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 모텔비만 7만~10만 원"이라 부담스럽다는 A씨는 "일단 재난지원금이나 모텔비 지원금이 나온다는 게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지난 8일부터 내린 수도권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이 침수된 모습.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제공

A씨의 아들은 친구 집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영화 '기생충'에서처럼 변기 오물이 역류하는 광경을 제 눈으로 직접 다 봤다"며 "그 오물 속에서 아들과 귀중품을 들고 나왔는데, 아들이 '아버지, 너무 비참해요'라는 말을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아버지로서 저도 너무 비참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사람이 사는 곳에 오물이 넘쳐나서 가득 찼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기분 나쁜 일이고, 다시는 여기 안 살아야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에 위치한 반지하 주택들. 연합뉴스

A씨는 2주 전 폭우 속에 일가족 3명이 사망한 반지하 주택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거주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서 긴급하게 구해 그나마 저렴하게 살 만한 집이 반지하 방들로, 신림동에 정말 많다"며 "수해 입고 나서 반지하 방에 사는 젊은 청년들이 그 쓰레기 더미에서 자기 귀중품을 찾으면서 우는 모습들을 너무나 많이 봤다. 전부 제 딸 같고 아들 같은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자신도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는 반지하 집에서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제정해달라고 강조했다. A씨는 "다시는 반지하에서 살면 안 되겠구나, 지금 정부에서 뭔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서라도 반지하에 못 살게 하는 법을 제정해서, 또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만들어 청년들이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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