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금융위기급 환율, 1350원도 위협... 마땅한 방어책이 없다

입력
2022.08.22 18:00
수정
2022.08.22 18:41
1면
구독

원달러 환율 1339.8원, 13년 만에 최고
中위안화 약세까지 겹치며 급등
"달러 독주 계속... 1350원 열어둬야"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나와 있다. 뉴시스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나와 있다. 뉴시스

미국 달러화 가치 초강세에 원홧값이 1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와 경기 침체 공포가 달러화를 강하게 밀어올린 탓이다. 조만간 환율이 1,350원을 뚫을 거란 위기감이 번지고 있지만, 당국의 마땅한 대응 여력이 없어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장중 1340원 돌파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3.9원 오른 1,33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9.6원 오른 1,335.5원에 거래를 시작해 오후 들어 고점을 높이더니 1,340.2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1,340원을 넘어선 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29일(장중 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급등한 환율에 국내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코스피는 1.21% 내린 2,462.5에, 코스닥은 2.25% 급락한 795.87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특히 코스닥은 지난달 28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800선이 무너졌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여전히 8%를 웃도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이어나갈 거란 전망 때문이다. 특히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예상이 고개를 들자 최근 강달러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26일 예정된 잭슨홀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강한 긴축 의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시장의 경계감을 높였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외환당국, 마땅한 대응책도 없어

유럽과 중국의 경기 불안이 촉발한 유로화 및 위안화 약세도 국내 외환시장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실제 유로화 약세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달러인덱스)는 108선을 넘으며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유럽 천연가스 등 원자재 공급 불안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유로화 약세를 주도한 데다, 위안화까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05%포인트 내려 위안화가 약세를 보였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화는 위안화 동조화 현상이 강하다.

문제는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곧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전반적인 물가를 자극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무역수지가 악화해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는 자본 유출 우려도 크다.

하지만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달러 강세는 우리 경제나 기업의 문제가 아닌, 미국 긴축과 유럽발 경기 불안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하는 측면이 커서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달러 강세를 두고 "(원·달러 환율이) 다른 통화국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시장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극심한 변동성... 1350원은 열어둬야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화 독주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환율이 1,35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재차 오름폭을 확대하거나,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 속도가 가팔라질 경우 1,400원대를 바라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당장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는 내달 중순까지 변동성이 불가피해 현재로선 1,350원까지 열어둘 필요는 있다"며 "다만 1,350원대가 현실화할 경우 외환당국으로서도 미세 조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8월 CPI와 9월 FOMC 결과에 따라 환율은 1,350원 이상으로 치솟을 수도, 단번에 1,200원대로 내릴 수도 있는 극심한 변동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조아름 기자
윤주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