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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선배' 태국도 비웃는 미얀마 군부의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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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쿠데타 수습 과정을 따라 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가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최소한의 '민주주의 틀'을 갖추는 시늉이라도 한 태국 군부와 달리, 미얀마 군부는 극단적이고 미숙한 권력 운용으로 '같은 쿠데타, 다른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쿠데타 실패 조짐이 완연해지자 미얀마 군부는 조바심을 내고 있다. 최근 '대테러작전' 선언 등 발버둥에도 안팎의 시선은 더 차가워졌다. 미얀마 군부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얀마 군부엔 정치적 인내심이 없었다. 2014년 19번째 쿠데타를 통해 재집권한 태국 군부는 민주인사를 탄압하면서도 시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교묘한 전술을 썼다. 미얀마 군부는 들불처럼 일어난 반군부 시위를 참지 못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지 한 달도 안 된 지난해 2월 28일 '피의 일요일'을 시작으로 유혈진압에 나섰다.
결과는 군부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미얀마인들은 도망치지 않고 싸웠다. 21일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군부에 의해 사살된 미얀마 민주인사는 2,227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미얀마 각지에선 시민저항군의 폭탄 테러가 이어지고 있으며, 도심 기습 시위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국경지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소수민족 반군과 아라칸군(AA)과 와족 연합군(UWSA) 등 각 세력이 내전에 가담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17일 "테러리스트(반군부 세력) 척결을 위해 대대적인 대테러 작전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남은 전력이 거의 없는 터라 말뿐이었다.
외교 전략 부재도 미얀마 군부를 더 깊은 늪으로 내몰았다. 군부는 쿠데타 초기인 지난해 4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등 외교적 설득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진정성이 없었다. 아세안 특사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고, 지난달 국제사회의 강력한 만류에도 민주인사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 캄보디아는 미얀마를 안고 가려 했으나 결국 등을 돌렸다. 태국은 쿠데타 직후 주변국들을 찾아가 '평화적 정권교체'를 약속하는 등 위선적 행동이라도 했지만, 미얀마 군부에게선 어떤 의지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이미 서방세계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어 아세안과의 교류마저 끊긴다면 실물 경제의 파탄이 불가피하다.
미얀마 군부의 마지막 남은 카드는 내년 8월 총선 개최이다. 하지만 총선이 실시된다 해도 국제사회가 군부를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선 총선에 미얀마인들의 정치적 의사를 투영할 길이 없다. 민주진영의 총선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터라 투표 용지엔 군부 계열 정당만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얀마 군부는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주요 인사를 잡아들이고 있다. 군부가 장악한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군부 계열 정당은 2020년 11월 총선에서 의석의 7%밖에 차지하지 못한 만큼 부정 선거를 통해 권력을 독점하려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의 전략은 '쿠데타 선배' 태국에서도 악평을 받고 있다. 친군부 태국 매체 '까오솟'은 "국제사회가 태국 군부의 집권을 인정한 건 지난 2019년 야권이 정상적으로 참여한 총선을 실시했기 때문"이라며 "잔인하기만 한 미얀마 군부가 지금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국제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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