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불편한 전기차?" 충전기 전국 얼마나 있나 봤더니

전기차 1% 시대..."충전 불편해 못 탄다고?" 전국에 충전기 13만개 돌파

입력
2022.08.23 05:00
16면

전국 완속 충전기 11.5만·급속 충전기 1.7만기
경기, 충전 인프라 전국 1위…제주 '뜻밖' 최하위
급속 충전기, 빠르지만 비싸고 배터리 셀에 무리
완속 충전기, 느리지만 안정적이고 저렴한 요금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5년 내 7.8배 성장 기대
SK·현대차·LG·한화·LS 등 대기업 대거 진출

서울 강남구 한 빌딩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올 상반기 국내 등록된 전기차가 30만 대를 넘어섰다. 2,500만 대 이상이 도로를 달리는 대한민국에서 전기차 비중이 마침내 1%를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은 전기차 고르기를 망설인다. 아무리 좋은 새 차가 나와도, 충전 걱정이 사라지지 않아서다. 충전소가 많아졌다곤 하는데, 피부에 와닿기에 뭔가 부족하다는 분위기다. 전국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 상황을 살펴봤다.



충전기 13만2,607기 전국 설치…인프라 환경 경기 '우수'·제주 '부족'

전국-전기차-등록-대수-및-충전기-현황


22일 한국일보가 환경부에 등록된 전기차 충전기를 전수 조사한 결과, 8월 현재 13만2,607기가 전국에 설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적으로 충전기 1기당 전기차 2.3대가량을 감당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중 완속 충전기가 11만5,107기(86.8%), 급속 충전기는 1만7,550기(13.2%)로 구성된다.

지역별로 보면 전기차 충전기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로, 총 3만2,870기(완속 2만9,799기·급속 3,071기)가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전국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등록된 경기도(5만6,232대)에선 충전기 1기당 1.7대의 전기차를 맡고 있다. 충전기 보급률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 밖에도 △세종(1.7기) △광주(1.7기) △경북(1.9기) △서울(1.9기) 등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차 인프라가 가장 모자란 곳은 제주도였다. 현재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2만7,622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지만, 전기차 충전기는 5,264기뿐이다. 충전기 1기를 두고 전기차 5.2대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인천은 충전기 1기당 3.2대의 전기차를 감당하고 있다. 또 △대전(2.9기) △충북(2.8기) △전남(2.7기) 등이 충전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충전기는 도심권일수록 급속보다 완속 비중이 높았다. 서울은 전체의 92.5%가 완속 충전기였다. 또 부산(92.7%), 경기(90.7%), 광주(90.6%), 대구(90.1%) 등 대도시는 충전기 10기 중 9기가 완속이었다. 반면 농어촌 등 비도심 권역에선 급속 충전기가 많다. 제주는 전체 충전기의 30.4%가 급속이다. 또 강원(24.3%), 전남(24%), 경북(20.5%) 등도 급속 충전기 비중이 높다.



바쁠 땐 '급속'·평소엔 '완속'…"전기도 빨리 먹으면 탈 나"

현대차그룹이 제주 새별오름 주차장에 설치한 초고속 충전소 '새빌 이핏(E-pit)'. 현대차그룹 제공


전기차는 5분 만에 주유를 끝낼 수 있는 일반 자동차와 달리, 충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급속 충전기를 많이 설치하면 좋을 것 같지만,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니다.

50~100킬로와트(㎾) 출력을 내는 급속 충전기는 충전 속도는 빠르다. 현대차 초급속 충전 브랜드 '이핏'은 최대 350㎾ 출력을 낼 수 있다. 급속 충전기는 77.4킬로와트시(㎾h)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간 '아이오닉5' 전기차를 18~6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스위스 에너지기업 'ABB'의 초급속 충전기 '테라 360'은 최대 출력이 360㎾에 달해, 3분 만에 100㎞ 주행이 가능한 용량을 충전한다.

하지만 급속 충전은 한꺼번에 높은 전력이 배터리로 들어가다 보니, 셀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실제 급속 충전기만 이용한 배터리는 완속 충전기를 함께 쓴 배터리보다 수명이 10% 이상 짧다. 또 충전 요금도 급속이 완속보다 10~15%가량 비싸다. 때문에 급속 충전은 매우 급할 때나 버스·택시 등 상업용 차량이 주로 이용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들이 완속으로 충전하고 있다. 뉴스1


완속 충전기는 3.3~7㎾ 전력을 이용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같은 용량의 아이오닉5를 80%까지 충전하려면 9~18시간 필요하다. 대체로 주택가 주차장에 설치, 퇴근 후 밤새 충전할 때 쓰인다. 또 아파트나 관공서 주차장에 설치되는 충전기 역시 대부분 완속이다. 최근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주차 대수의 5%(구축 2%) 이상 규모로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완속은 배터리 셀에 영향을 적게 주고, 요금도 저렴하다. 때문에 전기차를 오래 탄 운전자는 대부분 급속보단 완속 충전을 선호한다.

최영석 한라대 미래모빌리티학과 겸임교수는 "전기차 충전은 스마트폰 충전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음식을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 배터리도 전력을 급하게 주입하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를 고장 없이 안전하게 타려면 완속 충전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커지는 전기차 충전 시장…대기업 '너도나도' 진출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인수 협약식에서 기념촬영하는 김무환(왼쪽부터) SK㈜ 그린투자센터장, 라이언 케네디 아톰파워 CEO, 강동수 SK에너지 S&P추진단장. SK 제공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20년 149억 달러(약 18조 원)에서 2027년 1,154억 달러(약 142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충전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기존 벤처·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중견기업들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둘 중 한 분야를 골라 사업을 운영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둘 다 다루는 '토탈 솔루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SK그룹이 가장 적극적이다. SK㈜는 지난해 약 2,930억 원을 투자, 초급속 충전기 세계 2위 제조사인 '한국 시그넷 EV'를 인수했다. 또 미국의 에너지솔루션 기업 '아톰파워' 경영권을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에 사들였다. SK E&S는 4억 달러(약 5,300억 원)를 출자, 올 3월 미국 충전업체 '에버차지'를 인수했고, SK네트웍스는 국내 완속충전 사업자 '에버온'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동우(왼쪽부터) 롯데지주 대표, 공영운 현대차 사장,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가 20일 잠실 시그니엘 서울에서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SPC’ 설립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국내 유일 초고속 충전소 '이핏'을 출범한 현대차그룹은 롯데그룹, KB자산운용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사업을 확대한다. LG전자는 GS에너지와 함께 전기차 충전기 생산업체 '애플망고'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들은 이핏과 같은 350㎾급 초고속 충전기 상용화를 추진한다. 이 밖에도 한화그룹, LS그룹 등도 전기차 충전 시장 공략을 위해 각 계열사별로 힘을 모으고 있다.

해외 주요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셸'은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업체 '뉴모션', 미국 에너지솔루션 스타트업 '그린랏츠'를 인수, 충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브리티시페트롤'(BP) 역시 영국의 전기차 충전업체 '차지마스터'를 사들여 자사 주유소에 급속 충전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밖에도 '지멘스'(차지포인트), '슈나이더'(에버차저) 등도 충전 사업을 키우고 있다. 최근 서울 잠실에서 열린 전기차 레이싱 '포뮬러E' 스폰서이자 세계 1위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인 스위스 'ABB'는 내년 한국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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