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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인플레 감축법'을 'BFD'라고 놀린 오바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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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명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알려진 에너지 분야 지원 법안에 서명했다는 소식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로 "이건 BFD"라고 '세 글자 요약'을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도 "고마워 오바마"라고 화답했다.
재미있는 점은 "BFD"는 원래 바이든 대통령을, "고마워 오바마"는 원래 오바마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도로 쓰이던 인터넷 밈(Meme·유행)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무대로 자신을 겨냥한 인터넷 농담을 웃어넘기고 서로를 놀리기 위해 사용하는 '센스'를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인터넷 밈 정치'의 완전한 주류 진입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의회를 통과한 인플레 감축법에 서명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메디케어(의료보험)에 처방약값을 낮출 협상력을 부여하고, 부유한 기업에 공정한 세금을 부과하고,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폭의 1보 전진을 하게 되는 법"이라고 선전했다.
이 트윗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건 BFD다(This is a BFD)"라는 인용 메시지를 달았다. BFD는 'Big F--king Deal(겁나게 큰 일)'의 약자로, 바이든 대통령을 놀리는 표현 중 하나다.
지난 2010년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건강보험적정부담법(일명 '오바마케어')에 서명하는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이건 겁나게 큰 일(This is a big f--king deal)"이라고 귀엣말을 했다. 그런데 이 말이 마이크를 통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인터넷 화제로 떠올랐다. 바이든 본인도 2014년 이 사건에 대해 "내가 조언을 한 가지 한다면 모든 마이크가 켜져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BFD'를 "고마워 오바마(Thanks, Obama)"란 표현으로 받았다. '고마워 오바마' 역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놀리는 표현에서 시작된 인터넷 유행어다.
원래 이 표현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반어법으로 덧붙여 사용하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상관없는 온갖 불행한 사고에 갖다 붙이면서 농담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말인 2015년쯤에는 급기야 대통령 본인이 말 그대로 정말 '감사하다'는 의미를 활용해 본인 정책 홍보에 사용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치면 "이게 다 (대통령 이름) 때문이다" 혹은 "이게 다 (대통령 이름) 덕분이다"쯤 되는 표현인 셈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과 정치인, 유명인을 향한 농담이 난무하는 출입기자단 만찬 때마다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입담의 핵심은 '자학 개그'다. 올해 4월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내게 새롭다는 표현을 쓴 건 대단한 아첨"이라고 말했다. 고령에 치매설까지 있는 자기 자신을 겨냥한 농담이다.
온라인에 '정치 밈'이 범람하는 시대에 바이든 백악관은 인터넷의 악의 섞인 조롱을 농담과 유행으로 전유하는 데 열심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크 브랜든(어둠의 브랜든)'이다.
원래 '브랜든'은 바이든 대통령을 놀리기 위한 목적으로 극우 진영에서 사용하던 표현이었다. 정확한 표현은 '레츠 고 브랜든'으로, 지난해 10월 미국 스톡자동차경주협회(NASCAR) 대회 도중 승리 선수 브랜든 브라운과 인터뷰하던 NBC스포츠 기자 켈리 스타바스트가 주변의 외침 소리를 듣고 "레츠 고 브랜든"이라고 해석했는데, 실제로는 "조 바이든 엿 먹어라"라고 외친 것이 유래다.
'다크'란 수식어 역시 '다크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다크 MAGA'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권을 잃은 상황에 대한 복수심을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보통 본인들을 할리우드 스타 아놀드 슈워제너거의 연기로 유명한 '터미네이터' 같은 캐릭터로 묘사한다. 눈에 광채를 넣는 것 역시 터미네이터에서 따 온 설정이다.
이렇게 극우 진영의 밈 2개를 완전히 역이용해 탄생한 것이 '다크 브랜든'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눈에 광채를 넣고 과격한 발언을 하는 이 유행은 평소 순한 이미지의 바이든 대통령 이면에 숨은 과감한 성격의 '브랜든'이 성과를 거둔다는 서사를 내포하고 있다.
'순한 바이든'이 '강한 바이든'으로 변모한다는 농담은 지난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도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다크 브랜든'이라는 이름과 함께 특히 유행한 것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과 '인플레 방지법'을 포함한 각종 법안 통과 등이 겹치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을 자축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바이든에서 "무언가 해내는" 바이든으로 이미지를 바꿔버린 것이다.
이를 인지한 백악관에서도 '다크 브랜든'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이들에게는 불편하지만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레츠 고 브랜든'의 완벽한 '카운터'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의회 전문 매체 '힐'에 "극우 진영에서 자신들이 사용하는 표현이 농담으로 역이용됐을 때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은 온라인의 공격적인 여론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의 트럼프주의자들을 따라 공격적인 정치 밈의 늪에 빠지는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다크 브랜든' 같은 밈을 주류 미디어로 끌어들이는 것이 오히려 그 근저에 있는 공격적 남성·백인 우월주의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극도로 조심하는 것뿐"이라고 자조했다. 밈의 확산이 너무 빨라 성찰적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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