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속 공개된 '안나' 감독판, 어떻게 달라졌나

입력
2022.08.22 07:18

쿠팡플레이 VS 이주영 감독 갈등 속 공개된 '안나' 감독판
감독판 '안나', 기존과 러닝타임 100분 이상 차이

쿠팡플레이와 이주영 감독의 첨예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쿠팡플레이 '안나' 공식 포스터

쿠팡플레이와 이주영 감독의 첨예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쿠팡플레이 '안나' 공식 포스터

쿠팡플레이와 이주영 감독의 첨예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가운데 쿠팡플레이는 감독판 '안나'를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감독판을 직접 본 후 이주영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원 기획 의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최근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 편집권을 둘러싸고 이주영 감독과 배급사 쿠팡플레이의 갈등이 영화·드라마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창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으며 쿠팡플레이는 이주영 감독이 투자배급사의 수정 요청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양측 모두 소통이 부재했다는 것을 지적했으나 갈등을 해결하고자 했던 과정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다만 쿠팡플레이는 자체적으로 편집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제작의도를 위한 행위였다고 해명했다. 이주영 감독을 비롯해 '안나' 작업에 참여한 이의태 정희성 촬영감독과 김정훈 편집감독 등 6명도 성명서를 내고 자신의 이름을 '안나' 크레딧에서 빼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쿠팡플레이 제공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쿠팡플레이 제공

쿠팡플레이의 '안나'와 이주영 감독판 '안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러닝타임이다. 그도 그럴 것이 6부작으로 구성된 '안나'는 총 304분, 감독판 '안나'는 429분이다. 아울러 작품 전판에 깔린 음악이 전혀 다른 곡이 됐다. 음악 감독의 고심이 담긴 감독판 '안나'는 다양한 음악을 미장센으로 활용했다. 2회 말미 유미(수지)가 안나라는 거짓 신분으로 살던 중 이름의 본 주인인 현주(정은채)를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 담기는데 이 장면부터 '라 에스메랄다'는 인물들의 욕망 그리고 파멸을 암시하는 장치로 활용됐다.

아울러 6부작 '안나'에서 수지의 얼굴이 주로 담겼다면 감독판 '안나'에서는 다양한 각도로 인물이 처한 상황을 강조했다. 6부작 '안나'의 카메라들이 수지에게만 포커싱된 의도는 투명하다. 수지라는 톱배우를 적극적으로 도구화한 것이다. 인물의 극단적인 상황도 부각시켰다. 유미의 어린 시절 욕망의 시작점이 됐던 발레 무대 장면이 편집됐다. 유미의 하숙집 선배이자 신문사 기자 지원(박예영)의 서사, 또 지훈(김준한)이 왜 탐욕스러운 사업가가 됐는지 전사가 생략됐다.

6부작 '안나'에서 유미는 처절하게 악녀가 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기존 허영심이 가득한 아이가 눈을 떴고 치열하게 살다가도 결국 욕망을 쫓아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서사였다. 감독판 '안나'에서는 유미는 조금 더 다양한 감정을 입 밖에 낸다. 유미는 성추행 하는 고시원 총무에게 욕설을 퍼붓고 또 비싼 청바지를 사준다는 아버지를 만류한다. 그저 욕망에 몸을 맡긴 인물이 아닌 그녀의 인생을 단층적으로 나눠 여러 얼굴의 유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쿠팡플레이 제공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쿠팡플레이 제공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나뉘는 중이다.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6부작 '안나'와 인물의 전사를 하나하나 짚어주는 감독판 '안나'는 분명 상이한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주영 감독은 한 영화전문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평면적으로 그리고 싶지 않아서 연출자와 배우들이 엄청나게 고생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들은 '왜 모든 장면을 의도를 갖고 찍었느냐'고 말했다"고 이견이 갈렸던 순간을 짚었다. 쿠팡플레이는 감독판 '안나'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감독의 편집 방향성을 존중해 시청자들에게 이미 약속한 감독판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판이하게 갈리면서 6부작과 8부작의 차이점이 더욱 강조됐다. 먼저 6부작은 전개가 보다 더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까닭에 임팩트가 있다고 말했다. 8부작은 인물에 대해 더욱 깊게 몰입하고 서사를 켜켜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계산됐음을 알 수 있다. 모든 장면이 복선이자 인물의 마음을 담은 장치이기에 보는 이들은 유미가 어떤 인물인지, 엔딩에 갈수록 더욱 이입하고 그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상업적 콘텐츠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6부작이 대중성을 갖췄다고 느껴지지만 감독의 연출과 방향성이 고려된 8부작의 높은 완성도가 눈길을 잡는다. 두 작품 간 템포의 차이가 분명 취향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다. 다만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는 쿠팡플레이의 입장은 아직까지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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