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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사육 토끼, 동물교육한다며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입력
2022.08.19 11:00
수정
2022.08.1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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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학교 내 토끼 제대로 관리해달라는 '구찌'와 '디올'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운영합니다.


경기 군포시 수리산에 유기됐다 구조된 구찌와 디올이. 구조 당시 심한 구더기증이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경기 군포시 수리산에 유기됐다 구조된 구찌와 디올이. 구조 당시 심한 구더기증이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저희는 무더웠던 7월 중순 경기 군포시 군포시립중앙도서관 인근 리산에서 구조된 토끼 구찌(3개월 추정)디올(3개월 추정)입니다. 그날 저희를 포함해 모두 39마리가 이곳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중엔 몸이 아픈 친구들도 있어 안타깝습니다."

수리산에서 한두 마리도 아니고 39마리의 토끼가 살고 있었던 데는 사정이 있습니다. 토끼보호단체 토끼보호연대(토보연)에 따르면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교에서 사육하던 토끼 수가 급증하자 7월 초 이곳 수리산에 토끼 39마리를 유기한 겁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시민이 토끼 10여 마리를 보고 이상하다 여겨 군포시청에 신고했고, 유기∙유실된 동물을 구조해 보호하는 시보호소와 토보연 활동가, 시민들이 수차례에 걸쳐 토끼를 포획했습니다. 이 가운데 구조 전후 5마리가 사망했고, 1마리는 끝내 잡지 못해 총 33마리가 구조됐지요.

동물복지교육 시범학교가 토끼 39마리 '원정유기'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가 7월 초 사육하던 토끼 39마리를 경기 군포시 수리산 입구에 유기한 일이 뒤늦게 드러났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가 7월 초 사육하던 토끼 39마리를 경기 군포시 수리산 입구에 유기한 일이 뒤늦게 드러났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보호소에 들어온 토끼 관련 정보는 보호자를 찾기 위한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됐습니다. 토보연은 먼저 보호소에 들어온 토끼 가운데 구더기로 피부가 괴사되는 등 치료가 시급한 10마리를 긴급 구조했습니다.

이후 보호자 또는 유기자를 찾기 위해 도서관 앞에 현수막을 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내용을 알렸죠. 이를 알게 된 초등학교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시청에 연락해 유기를 시인한 겁니다. 21마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이후 2마리는 새 가족을 만난 상황입니다.

구조 이후 APMS에 올라온 구찌(왼쪽)와 디올. 토끼보호연대 제공

구조 이후 APMS에 올라온 구찌(왼쪽)와 디올. 토끼보호연대 제공

해당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2018년 동물복지교육 시범학교로 선정해, 조희연 교육감이 토끼장 개관식에 참석해 축하해준 곳으로 드러났습니다. 최승희 토끼보호연대 활동가는 "동물복지교육을 한다며 토끼장을 설치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서울시교육청의 졸속 행정이 이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며 "이를 알게 된 아이들의 상처가 더 컸을 것으로 본다"고 말합니다.

학교 내 동물 사육 실태 파악이 먼저... 점차 줄여야

문제는 이처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동물을 기르는 초중고교가 상당수 있지만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에 토보연 활동가와 시민들은 이달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두 차례 집회를 열고 조 교육감에게 성명서를 전달했는데요.

토끼보호연대는 이달 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집회를 열고 먼저 떠난 다섯 마리 토끼의 위령제를 지내는 퍼포먼스를 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토끼보호연대는 이달 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집회를 열고 먼저 떠난 다섯 마리 토끼의 위령제를 지내는 퍼포먼스를 했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성명서에는 △사육 동물이 살아 있는 한 본래의 습성과 생태적 특성에 맞게 제대로 보살피고 △ 교육기관 내 동물사육장 조사와 실태 파악에 나서며 △교육기관 내 동물사육장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추가 설치를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한편 군포시는 토끼를 유기한 교사 3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이와 관련 최 활동가는 "동물보호법상 동물 유기는 최대 300만 원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건강을 회복하며 가족을 기다리는 구찌(오른쪽)와 디올. 토끼보호연대 제공

건강을 회복하며 가족을 기다리는 구찌(오른쪽)와 디올. 토끼보호연대 제공

학교 내에서 동물을, 특히 토끼를 사육하는 건 적합하지 않습니다. 토끼는 영역다툼이 심해 집단 사육에 적합하지 않고, 생후 4개월부터 임신할 수 있는 데다 한 달에 한 번 출산이 가능해 중성화하지 않으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습니다. 더욱이 토끼를 관리하는 교사들이 해마다 바뀌고, 토끼를 예뻐하는 학생들도 계속 떠나가기 때문에 토끼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될 수가 없죠.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을 키운다고 해서 동물복지를 교육하고 감수성을 키울 수 있을까요. 오히려 그 반대일 것입니다. 물복지 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을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학교 내 남아 있는 동물은 제대로 관리하고, 동물 사육장을 점진적으로 폐쇄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학교 내 동물 관리와 동물 사육장의 점진적 폐쇄를 요구한 '구찌'와 '디올'이 낸 청원에 동의하시면 포털 사이트 하단 '좋아요'를 클릭하거나 기사 원문 한국일보닷컴 기사 아래 공감 버튼을 눌러 주세요. 기사 게재 후 1주일 이내 500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해당 전문가들로부터 답변이나 조언, 자문을 전달해 드립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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