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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이은해 "자수할까? 내가 한 거 다 맞으니까" 동창생에 문자 보냈다

입력
2022.08.19 18:30
수정
2022.08.19 20:3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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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 공판 증인신문서 문자 메시지 공개돼
사건 당일 동행한 중학교 동창과 주고 받아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왼쪽)와 조현수가 지난 4월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미추홀구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왼쪽)와 조현수가 지난 4월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미추홀구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계곡 살인' 사건 피고인 이은해(31)가 사건 발생 4개월 뒤 현장에 동행했던 중학교 동창에게 "자수할까? 그냥 내가 한 거 다 맞으니까"라며 자포자기식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이규훈)는 19일 오후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은해와 그의 내연남인 공범 조현수(30)의 9차 공판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이은해의 중학교 동창인 A씨와 A씨의 직장 동료 B씨, 이은해 지인의 여자친구 C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A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2020년 10월 19일 그와 이은해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이은해는 A씨에게 '자수할까'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어 '내가 한 거 다 맞으니깐'라며 '(피해자인 남편 윤모씨가) 빠진 것도 맞고, 안 구한 것도 맞으니까'라고 했다.

A씨는 2020년 10월 17일 이 사건을 다룬 방송이 전파를 타자, 이은해에게 자수를 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날 법정에서 "방송 전까지는 사고라고 알고 있었다"며 "(방송을 보고 이은해가) 죽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은해에게 "'죽인 게 맞다면 자수해라. 딸이 (마음에) 걸리면 성인이 될 때까지 금전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얘기하니 '자기는 죽이지 않았다. 억울하다'며 많이 울었다"면서 "딸을 지원해준다고 하니 자수하겠다고 해서 (사고라고) 믿었다"고 했다.

A씨는 이은해와 남편 윤씨의 만남이 '애인 대행' 형태로 시작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는 "고인(윤씨)을 3,4번 만났는데,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었을 때 손님 같은 관계로 느껴졌다"며 "(사건 당일에도 윤씨가) 가스버너를 가지러 계곡에서 주차장까지 먼거리를 먼저 나서며 '다녀올게'라고 말해 빵셔틀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윤씨가 사망할 당시 현장에는 없었지만, 사건 직후 현장 상황도 얘기했다. 그는 "차량에 있었는데, (이은해 등이) 저를 깨우러 와서 달려가보니 조현수가 수경을 쓰고 물 밑에서 (윤씨를) 찾고 있었다"며 "이은해는 소리를 지르면서 '오빠'라고 외치며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의 직장동료 B씨도 "(사건 직후) 조현수가 주저 앉아서 떨고 있어서 물에서 끌어냈는데, 119구급대원이 저체온증인 것 같다고 했다"며 "이은해는 펜션 주인에게 119 좀 불러달라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이은해 일당은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이 아닌 가평군 다른 지역에서 수상스키 등을 위해 설치한 바지선(빠지)에 가려고 했던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A씨는 "(이은해가) 빠지에 가자고 했는데, 제가 수상레저를 좋아하지 않아 싫다고 하니 계곡으로 가서 고기 구워 먹자고 해서 갔다"고 말했고, 이은해 지인의 여자친구 C씨도 "빠지에 갈 것이라고 생각해 여벌 옷을 챙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C씨는 또 이은해가 계곡에서 다이빙을 주저하는 남편 윤씨에게 "(조현수와 지인은 뛰었는데) '오빠는 왜 안 뛰어'라고 물었다"며 "'안 뛴다고 하는데 왜 그러지' (강요)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은해가 윤씨 사망 직후 강원 춘천시 병원 앞에서 "'나는 남자 잡아 먹는 X인가봐'라고 C씨에게 울면서 신세 한탄을 했다"고도 증언했다.

이날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이은해와 조현수는 변호인과 필담을 계속해서 주고 받았다.

이은해 일당은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윤씨(사망 당시 39세)에게 아무런 장비 없이 4m 높이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으로 다이빙하도록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의 생명보험금 8억 원을 타기 위해 윤씨를 직접 살해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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