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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스테핑 37번 중 7번... 윤 대통령이 마스크 벗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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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회견)'은 대한민국 역사에 없던 파격적인 소통 방식입니다. 주요 현안에 대해 묻고 대통령이 직접 답하다 보니,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대통령실 출입 사진기자 입장에선 회견 중 시시각각 변하는 대통령의 표정을 포착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회견을 하기 때문이죠.
윤 대통령은 취임식 다음 날인 지난 5월 11일부터 취임 101일째 되던 18일까지 총 37차례 도어스테핑을 했는데요, 이중 30번을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지 않은 취재진이 몰리다 보니 감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특이한 사실은, 비록 7번에 불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과감히 마스크를 벗고 회견에 나서기도 했다는 겁니다. 주로 6월 말부터 7월 초, ‘부실인사’와 ‘지인찬스’ 등 크고 작은 논란이 이어지던 시기, 마스크를 벗은 윤 대통령은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써가며 그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습니다. 총 37번의 도어스테핑 중 7번의 노마스크 회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진과 함께 정리해 봤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0일 처음 마스크를 벗고 취재진을 만났습니다. 그 동안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를 통해 출근하던 윤 대통령이 지상 로비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지상으로 출근한 건데요, 로비에 들어서던 윤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고 취재진에게 "주말들 잘 쉬셨어요? 1층에서 하니까 어떻습니까?"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6월 23일 출근길에도 마스크를 벗은 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도어스테핑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5분 32초였습니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이뤄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를 비롯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 논란, 경찰 치안감 인사 발표 논란, 문화예술인 병역 특례 등 다양한 질문에 윤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설명하느라 상당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출장 직후인 7월 4일, 윤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질문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에 집중됐습니다. 윤대통령은 이에 대해 "신속하게 결론을 낼 생각"이라면서도, 단호한 표정으로 "우리 정부에서는 빈틈없이 발탁했다. 전 정부에 비교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는 등 인사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선거 때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의미 없다"고 잘라 말하고 집무실로 향했습니다. 이날 김 후보자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다음날인 7월 5일 출근길에서도 장관 부실인사에 대한 날 선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지난5월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전 날 김승희 후보자 사퇴까지, 인사 부실검증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는 손가락을 흔들며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한 뒤 곧바로 집무실로 향했습니다.
사흘 뒤인 7월 8일에는 장관 인사에 이어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된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친인척 선임행정관의 부속실 근무 논란에 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캠프와 당에서부터 공식적으로 열심히 함께 선거운동을 해온 동지”라고 일축하고 집무실로 향했습니다. 이틀 뒤엔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마저 후보직을 사퇴하게 됩니다.
마스크를 벗고 논란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정면돌파 하고자 했던 윤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답변이 튀어나오면서 도어스테핑이 오히려 논란을 키운다는 우려가 여권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국민 정서와 맞지 않거나 일관되지 못한 대통령의 답변은 지지율 폭락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이어진 ‘노마스크 도어스테핑’ 사진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얼굴에서 점차 미소가 사라졌고 과장된 듯한 손짓, 몸짓은 갈수록 잦아졌습니다.
7월 26일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습니다. 문자에서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라고 이준석 대표를 ‘직격’한 다음날 윤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외부 일정으로 인해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여름 휴가까지 총 12일 간 도어스테핑은 잠정 중단됐습니다.
지난 8일 휴가에서 복귀한 윤 대통령은 마스크를 쓴 채 13일 만에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동선에 변화를 주면서 '좀 더 적극적인 소통을 하겠다'던 대통령실의 취지와 달리 이날 윤 대통령은 "내부 총질 문자에 대해서 설명하실 생각 없으시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집무실로 향했습니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6일엔 폭우 피해 대책을 비롯해 취임 100일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윤대통령은 마스크를 벗지 않고 3분 여 동안 짤막한 답변만 내놓았습니다. 18일 37번째 도어스테핑에서도 윤 대통령은 마스크를 쓴 채 "어제 100일 기자회견 취지는 국민 말씀 받들겠다는 것"이라고 밝힌 뒤 질문 하나만 받고 곧바로 집무실로 향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국내 정치사에 없던 참신한 시도이나, 일부 부적절한 표현과 태도 등으로 논란만 키운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도어스테핑을 중단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치적 유·불리와 상관 없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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