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다툼에도 '보수 대안' 옹호 여전
가치 없고 스타일만 있는 문제적 정치
일베식 약자 혐오 위험성 인식해야
막말 내홍으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바닥이 어지간히 드러났지만 여전히 옹호자들이 많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그를 “먼저 온 미래”라 했다. 정녕 그가 미래라면 암울하고 캄캄한 미래다.
나는 ‘이준석 스타일’의 효능을 안다. 그의 도 넘는 조롱은 다수 정치인과 국민에게 분노를 유발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권위·통념에 대한 저항·전복’이라는 통쾌함을 느낀다. 논점을 무시하든, 궤변을 동원하든, 상대를 ‘발라’ 이긴 것처럼 보이는 그의 토론에도 열광한다. ‘좀 당돌해도’ 구태에 찌든 윤핵관보다 낫다는 또 다른 옹호자들이 있다. 이 전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에서 “5·18은 폭동이라는 이야기, 부정선거론 같은 음모론을 손절해 보수가 달라졌다는 인상을 심어줬다”고 짚은 것이 그 예다. 분명 그는 다르다. 그 차별성이 더 나쁜 대안이어서 문제다.
‘이준석 정치’는 가치가 아니라 스타일이다. 이기는 것이 본질이고 그러니 공공성이 없다. 그는 선거전술로 세대포위론을 주장했는데, 그렇게 집권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한 적이 없다. 시험으로 능력을 평가해 당을 혁신한 뒤, 바뀐 보수당이 무슨 가치를 추구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가 유일하게 가치 비슷하게 내세운 것이 능력주의인데, 이 또한 상위 1%를 욕망하는 상위 20%의 이데올로기일 뿐 공동체의 가치가 아니다. 노동자 파업 같은 사회 문제에 공감을 표한 적 없는 그는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뛰었다”며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눈물을 흘렸다. 그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결국 개인의 승리, 즉 더 영향력 크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 아닐까.
이기기 위해 혐오와 갈라치기, 조롱과 막말을 서슴지 않는 전술과 스타일은 사회적 해악이 심각하다. 그는 장애인 단체 시위를 ‘비문명적 불법 시위’ ‘독선’이라고 비난해 장애인에 대한 위협·공격을 조장했다. 페미니즘을 공격해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이끌었다. 정치인의 메시지가 어떤 위력을 갖는지는 그 자신이 최근 ‘윤 대통령의 욕설은 쟤(이준석) 때려도 되겠다는 지령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의 혐오 메시지는 굳이 트럼프 사례를 들 필요 없이 이미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약자를 희생시킨다. 외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성차별주의자로 평가해 망신 산 일은 덤이다.
암울한 미래가 이미 시작됐을까 두렵다. 이 전 대표의 정치생명은 비대위 법정 다툼에 따라 갈릴 테지만 일베에서 비롯된 약자 혐오 문화가 공공 정치에 진입한 것은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박민영 대통령실 청년대변인, 양준우 전 국민의힘 대변인, 최인호 관악구의원 등 ‘국대 배틀’을 통해 유입된 ‘이준석 키즈’들은 일베·안티 페미 논란을 낳으면서 세를 불리는 중이다. 이대남으로 상징되는 퇴행적 대안 우파가 정치효능감을 즐기며 정치세력화하고 있다.
나는 이 흐름이 트럼프식 혐오 포퓰리즘 정치를 본격화할까 걱정스럽다. 이 위험성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더 걱정스럽다. 어쩌면 그들이 혐오 정치에 아무 해를 입지 않을 기득권층이라 그럴 것이다. 실제로 내게 이 전 대표를 세대 교체의 아이콘으로 치켜세운 한 교수는 일베가 뭔지 몰랐고, 한 언론인은 젠더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5·18 망언을 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보수 정치인들이 상식 이하라 해서 공공연한 약자 혐오가 대안이 되어도 되는가. 586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이 역겹다 해서 ‘젊은 일베들’이 차세대 정치세력이 되어도 괜찮은가. 나는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더 나은 대안을 실천할 것을 믿는다. 이준석 정치가 우리의 미래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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