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묘비명엔 이름 대신 번호만... '부차 학살' 비극은 진행 중

입력
2022.08.21 14:00

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학살 희생자 장례식 이어져
신원 미상 희생자 묘지에 이름 대신 번호 적힌 십자가

17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북서부에 위치한 부차의 공동묘지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한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작업자들이 이름 대신 번호가 적힌 십자가를 묘지에 세우고 있다. 부차=EPA·AP 연합뉴스

17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북서부에 위치한 부차의 공동묘지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한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작업자들이 이름 대신 번호가 적힌 십자가를 묘지에 세우고 있다. 부차=EPA·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17일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한 신원 미상의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이날 집단 매장지에서 발견한 21구의 신원을 알 수 없는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렸다. 부차=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17일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한 신원 미상의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이날 집단 매장지에서 발견한 21구의 신원을 알 수 없는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렸다. 부차=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17일 정교회 사제 안드리가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한 신원 미상의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축복하고 있다. 부차=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17일 정교회 사제 안드리가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한 신원 미상의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축복하고 있다. 부차= AP연합뉴스

154, 168, 245... 묘지에 세워진 십자가마다 망자의 이름 대신 번호가 적혀 있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 희생자 중 신원 파악이 불가능한 이들의 장례식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열렸다. 이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75일째를 맞는 날이다.

이날 부차의 한 공동묘지에 묻힌 희생자는 총 21명, 지난 9일 15명과 11일 11명에 이어 세 번째 합동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무거운 적막감이 묘지를 뒤덮었다. 안드리 할라빈 정교회 사제가 희생자 묘지 사이를 오가며 기도했지만 묘지의 주인을 알 수는 없었다. 십자가에는 이름 대신 번호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러시아군이 부차 지역에서 철수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지만 학살 희생자의 장례식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DNA 감식 등을 실시했지만, 일부 시신의 경우 감식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고 결국 이름 대신 감식용 번호가 묘비명에 새겨졌다.

우크라이나 검찰이 지난 4월 3일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의 한 교회 앞에서 검은 포대에 싸인 채 집단 매장된 시신 수십 구를 확인하고 있다. 부차=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검찰이 지난 4월 3일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의 한 교회 앞에서 검은 포대에 싸인 채 집단 매장된 시신 수십 구를 확인하고 있다. 부차=AFP 연합뉴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탈환하려던 러시아군은 작전에 실패한 뒤 퇴각했다. 그 후 부차와 이르핀 등 키이우 인근 소도시들에서 손이 뒤로 묶인 채 총상을 입는 등 학살 정황이 뚜렷한 민간인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 특히, 최소 460명이 사망한 부차는 이 전쟁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장소가 됐다.

무자비한 포격과 공습으로 마을과 도시가 잿더미로 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부차의 민간인 학살은 또 다른 비극의 서막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무고한 민간인 살상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 등이 우크라이나 내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지난달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책임 회의'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세계 45개국이 러시아의 전쟁 범죄 수사에 협력할 것을 결의했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신원 미상의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열린 17일 자원봉사자들이 희생자를 관으로 옮기고 있다. 부차=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신원 미상의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열린 17일 자원봉사자들이 희생자를 관으로 옮기고 있다. 부차=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신원 미상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앞두고 17일 한 장의사가 십자가에 번호판을 부착하고 있다. 이란 집단 매장지에서 발견한 21구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열렸다. 부차=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신원 미상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앞두고 17일 한 장의사가 십자가에 번호판을 부착하고 있다. 이란 집단 매장지에서 발견한 21구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열렸다. 부차=AP 연합뉴스


17일 부차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정교회 사제가 러시아군에 목숨을 잃은 신원 미상의 희생자들을 축복하고 있다. 부차=로이터 연합뉴스

17일 부차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정교회 사제가 러시아군에 목숨을 잃은 신원 미상의 희생자들을 축복하고 있다. 부차=로이터 연합뉴스


부차에서 17일 러시아군에게 살해된 신원미상의 희생자 21명에 대한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부차=AP 연합뉴스

부차에서 17일 러시아군에게 살해된 신원미상의 희생자 21명에 대한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부차=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17일 러시아군 점령 당시 부차지역에서 사망한 신원미상의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열린 가운데 한 근로자가 고인의 묘지 위에 번호가 적힌 십자가를 세우고 있다. 부차=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17일 러시아군 점령 당시 부차지역에서 사망한 신원미상의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열린 가운데 한 근로자가 고인의 묘지 위에 번호가 적힌 십자가를 세우고 있다. 부차=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북서부에 위치한 부차의 한 공동묘지에서 17일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한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작업자가 이름 대신 번호가 적힌 십자가를 세우고 있다. 부차=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북서부에 위치한 부차의 한 공동묘지에서 17일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한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작업자가 이름 대신 번호가 적힌 십자가를 세우고 있다. 부차=EPA 연합뉴스




정리=박주영 bluesky@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