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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버터나이프크루·인하대 사건...'오락가락' 김현숙

입력
2022.08.18 18:15
수정
2022.08.18 18: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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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위 전체회의, "장관의 소신이 뭐냐" 질타
인하대 사건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정정"

김현숙(왼쪽)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가부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현숙(왼쪽)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가부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그래서 장관의 소신은 대체 무엇인가?"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이런 질타가 쏟아졌다. 김 장관이 여성가족부 폐지, 버터나이프크루(성평등문화추진단), 인하대 성폭행 추락 사망 등 현안에 대해 말을 바꾸거나, 속뜻이 뭔지를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여가부 폐지인가, 강화인가...로드맵 공개 시점 못 밝혀

김 장관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는 뜻을 고수하면서도, 여가부가 담당하는 기능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성격차지수(Global Gender Gap Idex·2022년 한국은 146개국 중 99위)를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의에 김 장관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하며 성차별 완화를 정부의 주요 과제로 인정했다. "여가부가 어느 부처로 통폐합될지는 모르나 기능 유지는 필요하다고 보는 것인가"라는 질의에는 "강화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이 넘었지만 김 장관은 여가부 개편 방향이나 시점에 대해서도 청사진을 내놓지 못했다. 여가부가 담당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은 교육부의 청소년 지원 업무 및 보건복지부의 아동 관련 업무와 한데 묶어서 추진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밝힌 정도다. "윤 대통령이 지시한 여가부 폐지 로드맵은 언제 볼 수 있는가"란 질의에는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정부조직법을 제출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논의 한번 해보자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다"며 부처 간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점도 시인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野 "권성동 한마디에 버터나이프크루 입장 바꿨나"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이 지난 6월 30일 열린 올해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출범식에서 축사를 했는데도 5일 만에 사업이 뒤집혔다며 "축사를 하고 입장을 바꾼 이유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얘기하니 거기 맞춰서 알아서 머리를 숙이고 긴 건가"(위성곤 민주당 의원)라고 쏘아붙였다. 김 장관은 출범식에 앞서 "청년들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주체로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김 장관은 "취임 전에 이미 사업 계약이 완료됐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업이라고 생각했고 장관으로서 사과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업을 '모르고' 추진한 것을 자인했다. 그러자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이 '이념을 내세워 세금을 받아가는 사업' '페미니즘에 경도된 사업'이라는 권 원내대표의 의견에 동의하냐"는 질의가 이어졌다. 김 장관은 "어떤 부분은 동의하고 어떤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호하게 답했다.

인하대 성폭행 추락 사망사건 입장도 바꿔

인하대 성폭행 추락 사망사건에 대한 입장도 바뀌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인하대 사건에 대해 "학생 안전의 문제고 성폭력이지 여성폭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성이 피해자인 성폭행 살인 사건을 두고도 지나치게 '젠더갈등' 프레임을 의식해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장관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여전히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성폭력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정정하겠다"고 답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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