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의 무게를 견디려면

입력
2022.08.19 04:30
26면

극 초반 장애인 관심 불러일으키며 신드롬 '우영우'
최근 분위기 급반전...출생의 비밀, 암 판정 등 비판
'득점왕' 손흥민, 단 두 경기에 부진하다 비난 받아
尹 정부 초반...청와대 국민 반납, 도어스테핑 '신박'
'집안싸움' 수습 불가능 폭발..."대통령이 해결해야"

케이블 채널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방송 영상 캡처

케이블 채널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방송 영상 캡처

"인생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실망스럽다니..."

불과 1, 2회 만에 호평이 쏟아졌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편견과 차별에 맞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박수갈채를 받았다. 케이블 채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신드롬'으로 확산됐다. 해외에서도 돌풍을 이어갔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달 초 2주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비영어 TV드라마였으며, 30개 이상 언어로 더빙돼 여러 국가에서 드라마 순위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CNN 등은 '오징어 게임'과 더불어 한국 콘텐츠의 위력을 짚으며 놀라워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초반 참신하고 완성도 있던 스토리가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뒤로 갈수록 출생의 비밀이나 갑작스러운 암 판정, 알고 보니 금수저 등 자극적 요소들이 넘친다는 것. 더불어 뜬금없는 로맨스, 결과 예측이 가능한 "착해도 너무 착한 에피소드"에 "재미없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우영우'가 허구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라는 걸 알면서도 비판이 쏟아지는 거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달 초 개막한 2022-23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난데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15일(한국시간) 첼시와의 경기에서 수비를 하지 않아 실점했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았다. 일부 팬들은 이날 경기가 2-2 무승부로 끝났지만, 전반 첼시의 세트플레이에서 나온 선제골은 상대를 막지 못한 "손흥민 탓"이라는 것이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15일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2022-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첼시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공을 다투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후반 교체됐고, 토트넘은 2-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AP 뉴시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15일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2022-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첼시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공을 다투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후반 교체됐고, 토트넘은 2-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AP 뉴시스

손흥민은 EPL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지 수비수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는 불과 두 차례 경기만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손흥민에게만 유독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석 달 전 받은 골든부트(득점왕) 영향이 크다. 언론과 팬들이 '득점왕' 손흥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어서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물며 우리 정치는 어떨까. 윤석열 정부를 보면 우영우와 손흥민 사례를 섞어 놓은 듯하다. 이전과는 다른, 어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한 국민이 적지 않았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매일 기자들과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을 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신박(새롭고 놀랍다는 인터넷 신조어)'하기까지 했다. 또한 이준석이라는 30대 젊은 여당 대표의 등장은 낡은 정치를 청산할 신호로 보였다. 그를 선출한 여당 역시 새로운 정치를 맞이할 준비가 된 듯했다. 그런데 현재 그 신박함은 온데간데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출범한지 100일 밖에 안 된 새 정부엔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지명한 장관 후보들은 '불공정' 논란에 줄줄이 사퇴했고, 가까스로 임명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이없는 학제개편 논란으로 취임 한 달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 도어스테핑의 말 실수 등 논란도 이어졌다. 그 사이 수도권이 잠기는 기록적인 폭우는 긴급재난상황에서 대통령의 국가위기관리 능력을 시험케 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대선 때부터 문제였던 집안싸움은 '수습 불가능' 상태로 폭발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맞짱'을 뜨는 듯한 역대급 스캔들로 번져 버렸다. "집안싸움 수습도 못하는데 어떻게 국정운영을 하겠느냐"는 국민의 깊은 한숨이 터졌다. 온라인에선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드라마나 스포츠와 달리 민생이 걸린 현실이다. 드라마나 스포츠에 거는 기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왕관의 무게 또한 스포츠 스타의 그것에 비할 바 아니다.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는 국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우영우나 손흥민과는 다른 반전을 기대해본다.


강은영 이슈365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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