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실패는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진화의 법칙 때문?

입력
2022.08.19 04:30
15면
구독

리처드 J. 존슨 '자연은 우리가 살찌기를 바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살을 빼려는 노력이 늘 실패하는 게 내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인류를 생존시키기 위한 진화의 법칙 때문이라고?

‘자연은 우리가 살찌기를 바란다’는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책이다. 의사이자 임상과학자로 25년 이상 활동해온 저자의 주장이니 더욱 솔깃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리처드 존슨 박사가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꺼낸 용어는 ‘생존 스위치’다. 동물의 체내에 축적된 지방은 먹이가 없을 때 열량뿐 아니라 수분 공급원 역할을 한다. 물을 쉽게 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진화한 동물이 지방을 더 축적하는 방향으로 대응했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식량이 부족한 시기를 앞둔 동물들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섭취해 지방을 늘리는데 이는 몸이 비상사태에 대비하며 생존 스위치를 발동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사정이 좀 다르다. 농업혁명으로 탄수화물이 풍족한 환경을 갖게 됐는데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유전학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것. 동면에 들어가거나 먹이가 부족한 환경에 처하면 동물들은 생존 스위치를 끄지만, 인간은 스위치가 계속 켜져 있기 때문에 과체중 상태가 되도록 음식을 먹게 된다. 생존 스위치를 계속 활성화시키는 주범은 당류의 일종인 프럭토스(과당) 그리고 감칠맛, 염분, 알코올 등이다.

자연은 우리가 살찌기를 바란다ㆍ리처드 J. 존슨 지음ㆍ최경은 옮김ㆍ시프 발행ㆍ424쪽ㆍ2만5,000원

자연은 우리가 살찌기를 바란다ㆍ리처드 J. 존슨 지음ㆍ최경은 옮김ㆍ시프 발행ㆍ424쪽ㆍ2만5,000원

저자는 비만을 부추기는 원인을 파악해 생존 스위치를 끌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중 특정 영양소를 피할 게 아니라 나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어떻게 구별해서 피해야 할지도 알려준다. 평소 즐기는 대다수의 맛있는 음식을 포기해야 하니, 뻔한 다이어트 식단처럼 보여 실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식단 자체보다 우리 몸이 어떤 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생존 스위치가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려울지라도 저자의 연구 결과는 최소한 우리의 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경석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