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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 명에 국가를 거나... 한계 봉착 제도 개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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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100일 동안 벌어진 일들은 기록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레임덕 수준이고, 집권 여당은 유례없는 진흙탕 권력 다툼을 벌였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모르고 뽑았냐’는 험한 말들이 나온다. 한국이 눈부신 민주주의 역사를 일구고 이토록 수준 낮은 정치를 목격하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면 문제의 근원을 따져봐야 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통령을 잘못 뽑아 5년이 흔들린다면 대통령제 자체가 문제인 것”이라며 “한계에 봉착한 대통령제를 넘어 집단지성의 정치를 여는 개헌이 이 시대의 과제다”라고 강변한다. 1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강 교수를 만나 한국의 정치와 미래를 한 단계 끌어올릴 개헌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개헌 이슈는 흔히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견제할 필요성에서 제기됐는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한계와 지지율 급락이 대통령제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고 있다. 인물의 문제일까, 카리스마적 정치 지도자가 나오기 어려운 시대가 된 걸까.
“윤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이 개헌론에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의구심은 선거 때부터 있었다. 지난 대선은 보수든 진보든 중앙 정치 경험이 없는 후보들이 경쟁했다는 점에서 초유의 선거였다. 지지나 선호가 달라도 리더십 면에서 대통령감이 맞는지 의심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 선거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다. 대통령제가 지속가능한 시스템이냐는 고민이 여기서 시작된다. 이 문제가 일회성인가, 앞으로 반복될 건가 생각해 보면 환경과 조건상 이승만·김영삼·김대중 대통령 같은 인물을 다시 만나기는 어렵다. 과거 리더는 (건국, 군사독재 등) 특별하거나 비정상적 상황,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지를 얻어 만들어졌는데 더 이상 그런 시대가 아니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신드롬 즉 정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유력 후보로 부각된 것이 그 전조였다. 걸출한 리더가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 심리가 충족되지 않으면서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됐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성공적이지 않았고, 이번에도 실패 조짐이다. 대통령제 자체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까지 자질이 의심스러운 후보를 내는 정당들이 문제 아닌가.
“정당 정치가 망가진 것이 한국 정치 위기의 근원이다. 정당이 지속성을 갖고 안에서 리더를 키우고 검증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위축됐다. 그러니 정당 밖에서 인물을 찾고, 정치 경험이 없는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 2004년 정치개혁으로 정당들이 원내정당 형태로 바뀐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 본다. 사실 삼성과 현대가 같은 조직을 가질 필요가 없듯이 정당도 지구당을 없애든 당대표 선거를 외부로 오픈하든 알아서 하면 될 일인데, 일률적 규제 위주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 그 결과 정당이 국회의원의 정당, 정치 엘리트의 정당으로 위축됐고 당원·지지자와 정당의 관계가 과거만큼 조직화되지 않았다. 특정 인물 중심으로 규합하다 보니 팬덤 정치가 강해졌고, 민주주의에 가장 중요한 다원성과 공존의 정신이 사라지는 나쁜 결과를 빚었다. 공존과 배려 없이 당 안팎에서 상대 정치인을 악으로 몰아가는 문화가 뿌리내렸다. 획일적 조직을 가진 양대 정당이 적대적으로 공존했고 새 정당이 출현하고 정치 혁신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2004년 정치개혁 즉 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은 2002년 대선 시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대한 반성으로,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과 정치자금 투명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중 정당법 개정은 선거구 단위의 지구당을 폐지하고 중앙당 조직 또한 간소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당은 유럽식 대중정당모델이 아닌 원내 조직이 주도하는 원내정당모델에 가까워졌다. 결과적으로 2004년 정치개혁은 정치자금을 투명화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지만 정당이 유권자와 소통할 통로를 차단해 정당정치가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헌의 초점은 결국 정부형태(권력구조)에 맞춰진다. 강 교수를 비롯해 내각제를 이상적으로 보는 정치학자와 의원들이 많다. 하지만 국민들에겐 내각제가 비효율적이거나 불안정하다는 시각이 있다.
“내각제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 대다수가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국민은 내 손으로 지도자를 뽑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고, 분단체제라서 위기 시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두어 일정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총리와 내각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형태도 가능하다고 본다. 대통령제가 가미된 내각제라 하겠다. 모든 정책적 권한은 총리와 내각이 맡고, 대통령에게는 정무적 권한 즉 총리 지명, 법안 거부권, 법안 위헌소송 제기 권한, 장기 국가과제와 관련한 위원회 설치 등을 맡기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선 국회 동의 하에 권한을 행사하게 하면 된다. 모든 정치제도가 경로의존적임을 감안하면,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잇고 문제점은 개선한 제도가 수용되기 쉬울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제헌 헌법은 초안이 내각제였는데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생각이 가미돼 대통령제로 바꾸면서 총리를 남겨두는 등 처음부터 혼합적 통치형태였다.
이 체제는 많은 문제를 해결한다. 총리는 국회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한 권력이기 때문에 여소야대 문제가 해소된다. 윤석열 정부처럼 시행령으로 우회할 일이 없다. 다당제에서 하나의 정당이 아니라 연립 정당이 집권하면 권력 집중을 막고 대표성이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까지 있다. 대통령은 국가 최고 리더로서 정무적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내각이 의회 다수의 힘만 믿고 국민 여론과 동떨어지거나 민주주의를 위배할 때 내각을 제어할 수 있다. 정치적 교착과 갈등이 심할 때 중재자 역할도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5년을 돌아보면 대통령이 늘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부동산세 증세, 대북 유화정책 등 정책엔 찬반이 있기 마련인데, 대통령이 정책 추진의 주체인 이상 갈등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처럼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정책에서 한발 물러나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통합의 중심이 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있지만 사실상 총리 중심의 내각이 국정을 책임지는 것인데.
“그렇다. 이 경우 우리나라 정당을 어떻게 믿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다당제로 바꾸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한다. 선거라는 정치시장에서 정당들이 경쟁하고 유권자 욕구에 반응 못하면 도태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정당은 독과점 구조다. 서울은 과점, 지방은 독점이어서 광주에선 민주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고 민주당이 싫은 유권자는 찍을 정당이 없다. 혁신이 없으니 양대 정당이 기득권이 된다. 선거에서 경쟁이 없으니 공천이 중요하고, 유권자 정치보다 당내 정치가 중요하다. 개헌에 앞서 선거법·정당법을 바꿔 비례성을 높이고 정당 설립을 쉽게 해야 경쟁과 혁신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정부 형태가 내각제로 바뀌면 정당의 정책 역량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와 비슷하지만, 정당이 정책 추진의 책임자가 되고 평가 대상이 되면 지금처럼 하기 어렵다. 사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실과 관료조직이 정책을 실현하지 정당의 역할이 별로 없다. 당정협의에서 여론을 전달하는 정도다.”
-국민 여론은 늘 대통령제를 선호하는데 설득할 수 있나.
“국민 설득 가능성은 높아졌다. 윤 대통령의 집권 초를 지켜보면서 문제가 이번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잘 모르는 대통령을 뽑아 다 함께 망하는 정치 형태는 문제가 있다는 성찰이 있다. 한 명의 지도자에게 국가의 5년을 걸 게 아니라 인재들이 집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신뢰할 만하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총리와 내각의 정치는 일인 지배가 아니다. 군사독재와 민주화를 거치고, 80년대 저항세력도 권력을 잡았고,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부딪히기까지, 온갖 구시대적 갈등을 다 겪은 이 시점이 새로운 그림을 그릴 때다. 정치인들이 아직도 갈등을 부추겨 지지를 이끌어 내는 구식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식상해하는 것이다. 세력들이 연합하고 타협하면서 갈등을 풀어내는 정치가 오히려 새롭지 않나.”
-대통령과 총리가 영역을 나눠 권한을 행사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도 대안으로 꼽힌다. 조화로운 역할 분담이 가능할까.
“흔히 외교·통일·국방은 대통령 몫으로 두고, 나머지 내치는 총리가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말하는데, 그럴듯해 보이지만 위험한 발상이다. 정치제도를 디자인할 때는 권력을, 정치를 불신해야 한다. 선의에 의해 협조할 것이라고 전제해선 안 된다. 미국 헌법이 철저한 삼권분립 장치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예컨대 한미 FTA를 체결한다면 이게 외교인지 경제인지 경계가 불분명해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문제는 더 예민하다. 개성공단 운영이나 금강산 관광의 경우 대통령은 외교안보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총리는 기업이 관련되니 경제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은 사업을 확장하려 하고 총리는 닫고 싶어 한다면 엄청난 권력투쟁으로 비화할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정책 영역을 나눠 맡는 시스템은 그 자체로 매우 불안하다.”
-개헌을 쉽게 하기 위해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안도 있다. 대신 감사원과 대법관 선출권 등을 국회에 넘기고 정부 법률제청권을 폐지하는 등 권력 분립과 견제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4년 중임제가 정책 지속성이 있어 낫다는 주장인데 이를 감당할 역량 있는 리더를 못 만나면 오히려 8년이 고통이다. 4년은 재선을 위해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열심히 하고, 재선 후 4년은 레임덕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 리더를 믿고 맡길 수 있느냐는 점에선 똑같은 문제가 남는다.”
-결국 정치 리더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게 제도 개혁의 핵심으로 보인다. 취임 100일 만에 벌써 하야니 탄핵이니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게 할 길이 없다.
“그렇다. 대통령제의 특징은 임기 고정성이며 정해진 임기를 채우는 게 정상이다. 그러다보니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사실상 대통령 무책임제가 된다. 대통령이 유권자에 대한 책임을 무시하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다. 내각제 시스템이라면 지지율이 20%대인 총리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 여당에서부터 뭐가 문제인지를 파악할 것이고 집권 자체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사람을 총리로 앉힐 것이다. 일본에서 그렇게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올라왔고, 영국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거짓말 등 도덕적 문제로 국민 신뢰를 잃자 물러났다. 집권 세력이 문제라면 다른 세력에게 맡기면 된다. 이것이 국민의 정치효능감을 높여줄 수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취임하자마자 의장 직속 개헌자문위원회 구성을 표명했고, 19일 윤 대통령과 만나 개헌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을 의제화할 계기가 될까.
“역대 국회의장들이 개헌을 추진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실 개헌을 의제화하는 데에 가장 좋은 계기는 대통령의 한마디다. 지난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도 거슬러 올라가면 DJ가 1999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언급함으로써 제일 먼저 의제로 던진 것이었다. 대통령의 어젠다 세팅이 없다면 국민 사이에 폭넓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 사회의 장점 중 하나는 어느 순간 계기가 오면 순식간에 변화의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시민들 사이에 문제의식이 커지면 불가능하지 않다. 10년 전쯤에 비하면 대통령 위상이 축소됐고 개헌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 커졌다.”
-윤 대통령이 개헌을 의제화할 여지는 없다고 보나. 개헌에 성공한다면 업적으로 남을 것은 분명하다.
“개헌처럼 큰 프로젝트는 정치 감각이 뛰어나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그런 인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대선 때 정치 공약이 제일 적었다. 개헌 언급은 아예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이야기한 것은 노무현이니까 가능했다. 상황도 알고 오래 고민해 온 인물이다. 문 전 대통령도 못 한 일이고, 윤 대통령은 더 못 할 것이다. 대통령 임기 3년차가 되고 2024년 총선을 거쳐 차기 대권 주자들이 부상하면 어려워진다. 대선 주자들은 이해가 갈릴 것이다. 자기가 대권 잡을 기회가 높다고 생각한다면 게임의 룰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개헌 논의는 당권을 장악한 리더가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여야 모두 리더십 부재로 어려워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힘에 기댄 측근들이 있을 뿐 당을 책임지고 끌어갈 리더십은 아예 실종 상태다.”
-2018년 개헌 시도는 가장 논의가 진전된 경우였다. 문 전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 국회로 넘겼지만 투표는 불발됐다.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고, 개헌 성공의 조건은 뭔가.
“매우 아까운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탄핵 직후라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반성이 고조됐고, 촛불시위가 정치 변화의 요구를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진보뿐 아니라 보수도 어느 정도 합의가 있었다고 본다. 조국 사태 전이어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기대도 높았다. 동력이 있었던, 가장 좋은 개헌 타이밍이었다. 그럼에도 실패한 것은 개헌을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고 여야가 초안부터 참여해 논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안을 만들어 국회에 던졌기에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고 국회가 사실상 관심이 없었다. 개헌 발의안을 공개할 때도 총리도 아니고 법제처장도 아니고 민정수석이 읽었다.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진심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헌법을 전면 개정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게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문 전 대통령이 개헌을 버리는 카드로 썼다고 본다. 공약을 지키려 했는데 국회가 안 했다는 변명을 만든 셈이다.”
-김 의장은 개헌이 너무 어렵게 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국회 3분의 2 동의 시 개헌’처럼 개정 절차를 쉽게 한 연성헌법 필요성을 주장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후 70차례 헌법을 고쳤고,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를 조사한 연구를 보면 평균 5.3년마다 개헌을 한다.
“좋은 아이디어다. 이런 규정을 도입하려면 일단 한번은 헌법을 바꿔야 한다. 모두가 공감할 어젠다 하나를 갖고 개헌을 하면서 개헌 절차를 바꿀 수는 있겠다. 그런데 국민 다수가 이에 동의하는지 모르겠다. 과거 9차례 개헌 중 7차례가 정치적 야욕과 장기집권을 위해 이뤄진 역사로 인해 우리에겐 트라우마가 있다.”
-정부형태 외에 개헌에 담아야 할 점은.
“1987년 개헌은 미래지향적인 헌법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신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였던 개헌이었다. 당시 8인 정치회담이 유신 이전의 1962년 헌법을 ‘모범답안’ 삼아 참고했기에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논의 끝에 개헌안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제는 미래지향적인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헌법의 ‘국민’이라는 표현을 ‘사람’으로만 바꿔도 해외에서 인구가 유입되고 다문화사회로 가는 우리 현실을 반영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지방분권도 강화해야 하고 기후위기 등 세상의 변화를 담을 수 있는 헌법이 필요하다.”
-개헌은 국민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민주주의 인덱스나, 스웨덴 예테보리대가 조사하는 자유민주주의(V-Dem) 지수를 보면 한국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제도로서의 한국 민주주의는 그만큼 높은 수준이다. 민주화 운동 때 그토록 소망했던 민주주의는 달성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들은 일상적으로 만나는 정치에 비판적이고 부정적이다. 일상의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87년 헌법이 권위주의로부터 벗어나고자 만들어졌다면 더 나은 자유와 풍요를 얻기 위해 국가 시스템을 바꾸는 게 이 시대의 과제다. 대통령 한 사람이 서울부터 제주도 끝 마을까지 모든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크게 성장했고 복잡해졌다. 이제 집단지성으로 정치를 할 때가 됐다. 그래야 난제를 풀 수 있고, 5년마다 뒤집어지지 않는 긴 호흡의 정책 추진이 가능해진다. 개헌을 통해 국가의 도약, 삶의 변화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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