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여권 난맥상을 타개할 쇄신 의지를 보이지 못했다. “분골쇄신하겠다”면서도 정작 중요한 현안에는 모호한 답변과 회피로 일관했다. 이래서야 국민의 믿음을 끌어올릴 수 있겠나. 현재의 리더십 위기가 단순히 ‘인기 없는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무거운 문제임을 깨닫기 바란다. 윤 대통령은 시급히 쇄신과 변화를 보여야 한다.
저조한 지지율과 여당 내홍에 대해 윤 대통령은 “앞으로 문제를 면밀히 짚어나가겠다”는 기대 이하의 답을 내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비난에 대해선 “민생에 매진하느라 다른 정치인 발언을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여당의 진흙탕 싸움이 온 국민의 흥밋거리와 걱정거리가 된 마당에 이런 대응은 실망스럽다. 윤 대통령은 위기를 무시함으로써 축소하려 했겠지만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평을 듣기 십상이다.
인적 쇄신을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 또한 심각한 인식의 오류를 드러낸다. 지금의 국정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으니 사람을 바꾸라는 뜻인데 정치 쇼를 하라는 뜻으로 여겼다면 달라질 게 없겠다. 대북·대일 관계 등 외교, 노동, 반지하 수해 문제 등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 등 언론 접촉을 지속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메시지 없는 회견으로 국민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빈 수레만 요란했다”(조오섭 대변인)고 혹평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 본인이 바뀌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며 "바꿀 각오가 되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과 각료를 재정비해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을 수혈함으로써 ‘불통 정치’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여당 갈등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나서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집권 초 위기가 쓴 약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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