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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추석 할인도 못 받나요"... 전통시장 쿠폰, '빛 좋은 개살구'

입력
2022.08.18 04:30
수정
2022.08.18 13: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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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우울한 2022 추석]
정부 650억 원 규모 농축산물 할인쿠폰 발급
계산대에서 자동 할인되는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에선 앱 설치 등 번거롭고 장벽 높아

17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장을 보기 위한 손님들이 찾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장을 보기 위한 손님들이 찾고 있다. 연합뉴스

“젊은 사람들에겐 쉬울지 몰라도 우리 또래가 쓰기엔 솔직히 어렵네요.”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650억 원)의 할인쿠폰을 지급한다는 소식을 들은 60대 홍모씨는 휴대폰을 켰다. 정부 안내에 따라 전통시장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인 ‘놀러와요 시장’에서 성수품을 주문하면 장바구니 부담을 줄일 수 있겠다 싶었다. 부푼 기대는 이내 높은 벽에 부딪혔다.

앱을 설치해 본 적이 많지 않아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받는 ‘구글 플레이’를 찾는 데부터 한참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설치를 마치자, 회원 가입을 해야 했다. 주소 등을 입력하고 가입 절차를 끝냈더니 근처 배달 가능 시장으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소재 육거리시장이 검색됐다. 이때까지 벌써 30분이 지났다.

육거리시장으로 들어가자 국내 농축산물 할인 상품전이 떴다. 이곳에선 한우 국거리(양지)·소갈비·마늘·알배기배추·당근 등 41개 항목을 10개 가게에서 팔고 있었다. 그렇지만 제품 상태를 확인할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한우 국거리를 사려고 봤더니 사진 등 아무런 상세 정보가 나오지 않네요. 유통기한 같은 필수 표기 정보란에도 ‘문의해 주세요’라고만 적혀 있어 선뜻 주문하기가 꺼려집니다.”

그래도 최대 30%(2만 원 한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결제 창으로 넘어가자 총상품금액에서 2만 원이 자동 할인됐다. 하지만 할인금액의 20%인 배송비 4,000원이 추가로 붙어 실제 할인금액은 1만6,000원이었다.

결제수단은 온누리 모바일상품권을 사거나,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 두 가지였다. 온누리 모바일상품권을 택했더니 ‘제로페이 앱에서 모바일상품권 구매 후 결제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떴다. 제로페이 앱을 또다시 설치하고 거기서 상품권을 사야 지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너무 번거롭다”고 생각한 홍씨는 카드 결제로 바꿨다. 그러자 카드사 앱카드로 결제하라는 안내가 먼저 나왔다. 앱카드 없이 결제하려면 카드번호와 카드 뒤편의 카드고유확인번호(CVC 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어렵게 결제에 성공한 홍씨가 말했다.

“정부가 할인쿠폰을 준다지만 앱 설치부터 결제까지 매우 복잡해서 60, 70대 주부들에겐 그림의 떡이네요. 살 수 있는 식품 수는 적고 상태도 확인할 수 없으니 앞으로는 쓰지 않을 거 같습니다.”

이외에 전통시장에서 정부 지급 할인쿠폰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제로페이와 전통시장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시장을 주로 찾는 중장년층이 제로페이 앱을 깔아 할인가격으로 모바일상품권을 구매한 뒤 전통시장 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온누리 전통시장 같은 온라인몰도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에서 파는 물건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방식이어서 고령층의 활용도가 떨어진다.

이에 반해 대형마트에선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면 농축산물 구매 시 계산대에서 자동으로 할인이 적용된다. 소상공인이 몰려 있는 전통시장을 위한다 하지만, 정작 할인쿠폰 사용의 벽은 전통시장이 더욱 높은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고령층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전통시장에서 편하게 할인쿠폰을 쓸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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