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중 1명 끼니 거른다"… 영국, 물가 급등에 실질임금 역대급 하락

입력
2022.08.17 08:45
수정
2022.08.17 20:3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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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민 16%, 돈 아끼려 끼니 건너뛰어
실질임금, 2001년 이래 가장 큰 하락
소비자물가는 40년 만 최고 기록

지난 4일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한 상점이 폐업을 앞두고 세일 중이다. 런던=EPA 연합뉴스

지난 4일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한 상점이 폐업을 앞두고 세일 중이다. 런던=EPA 연합뉴스

영국에서 6명 중 1명은 돈을 아끼려고 끼니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급등으로 인해 실질임금은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영국 통계청은 명목임금에서 물가상승 효과를 제거해 산출하는 실질임금이 2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2001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 기간 상여를 제외한 평균 임금이 4.7%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훨씬 높았던 탓이다. 영국의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0.1%로,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당장 먹고 사는 데 타격이 잇따랐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타임스 온라인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6%는 지난 6개월간 돈을 아끼려고 정기적으로 끼니를 건너뛰었다고 답했다. 지난 8~9일 영국 성인 1,71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응답자의 절반(50%)은 외식을 줄였다고 답했고, 39%는 슈퍼에서 평소에 사던 품목을 집었다가 가격이 부담돼서 도로 내려놨다고 말했다.

청년층(18~24세)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고충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끼니를 건너뛰는 비율이 28%로 더 높았고, 물건을 사지 못하고 내려놓은 경험도 56%에 달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달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11.6%로 200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이는 평균 가구의 식료품 구매 비용이 연 533파운드(85만원) 늘어나는 셈이라고 칸타르는 말했다.

가계 살림에 가장 큰 타격은 에너지 요금 급등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내년 1월이 되면 전기·가스 평균 요금이 월급의 6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여금을 포함하지 않은 평균 월 급여는 2,272파운드인데 에너지 요금 상한은 내년 1월 월 355.5파운드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컨설팅사 딜로이트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데보프라팀 데는 텔레그래프에 "저소득층 가구는 에너지 비용이 소득의 25%에 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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