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팹4(FAB4), 삼성이 중국의 덤핑 피할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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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주도의 칩4'에 대한 관심이 높다. 높은 관심에 비해 적은 정보로 그간 많은 내용이 '반중 동맹'으로 왜곡되며 정부를 압박한 모습이다.
일단 '칩4 동맹'이라는 표현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칩4'라는 표현을 들으면 마치 반도체 전 공정에 걸친 협력으로 오해할 수 있다. 당연히 반도체 장비의 강자인 유럽과 반도체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왜 포함되지 않았는지, 중국 견제를 위한 모임은 아닌지 등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애초에 미국은 '팹4'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팹'(Fab)이란 반도체 제조공장을 의미한다. 즉 주요 반도체 제조국 간 안정적 공급을 위한 협력체 구축이 목적임을 알 수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생산 비중을 보면 미국 12%, 일본 15%, 한국 21%, 대만 22%로 팹4(FAB4) 국가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동맹'이라는 표현도 잘못이다. 경제나 통상 문제에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던 적이 있던가. FAB4는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한국·미국·일본·대만 사이의 실무급 협의체다. 굳이 비교하자면 '반도체 분야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라고 부를 만하다. 대만이 경제체(economic entity)로 참가한다는 점과 배타적 움직임을 견제하면서 자유로운 국제교역질서를 형성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유사하다.
최근 각국은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산업정책 정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런 주요 강자들의 정책이 극단적인 자국우선주의나 보호주의로 흐르며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FAB4를 제안했다. 따라서 우리가 우려해야 할 부분은 FAB4나 중국의 보복이 아니다. 오히려 ①미국의 과도한 대중제재 법제도 운용 ②중국의 불공정한 기술 추격으로 인한 삼성이나 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의 경쟁력 상실이다. 이러한 우려사항 해소를 위해 우리는 FAB4와 같은 대화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 9일 서명한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의 세부 내용은 우리 기업의 중국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동법은 미국 정부의 혜택을 받는 반도체 기업의 28나노 미만 시스템 반도체 관련 대중국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아직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주력으로 하고 있는 메모리 분야에 대한 규제 내용은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므로, 서둘러 미국이 중국 내 메모리 분야 생산에까지 과도한 제재를 취하지 않도록 FAB4를 통해 적극 협상에 나서야 한다.
경쟁력 없는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 보조금으로 반도체 덤핑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FAB4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14에 중국 양쯔강메모리테크놀러지(YMTC)의 낸드 메모리를 탑재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다. YMTC는 지난해 사실상 파산 상태에 돌입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수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으로 제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 이런 기업의 제품이 시장에서 덤핑으로 팔릴 경우 시장 질서는 파괴될 것이며, 한국 기업의 경쟁력 유지는 어려워질 것이다.
상황을 종합하면 이런 우려 사항들을 논의할 수 있는 글로벌 강자들의 모임에서 우리가 자진해서 빠질 이유는 없다. 과도한 우려보다는 우리가 레버리지를 보유한 분야에서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익에 입각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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