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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 '아이스' 검색했더니 마약 판매글이 쏟아졌다[우리 곁의 마약]

입력
2022.08.20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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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마약 최전방'의 고군분투
비밀대화 나눈 뒤 코인으로 마약 구매
마약 거래는 '비대면' 던지기 수법

마약. 게티이미지뱅크

마약. 게티이미지뱅크

“걸릴 염려 없어요. 안전합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설치하고 마약 판매상과 대화를 주고받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약 구매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쉬워 보였고, 마약을 파는 텔레그램 채널에는 주사기 사진과 함께 '신세계를 봤다'는 인증글이 넘쳐났다. 마약 단속을 강화하는 정부 방침에서 비켜나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마약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온라인에서 마약 거래가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텔레그램 채팅창에 검색어를 넣었다. '아이스', 필로폰 가루를 뜻하는 마약 은어다. 그러자 곧장 여러 판매글이 검색됐다. 그중 900여 명이 구독하는 ‘인증 딜러’ 채널에 들어갔다.

이곳에선 아이스와 캔디(엑스터시), 떨(대마), 허브(합성대마), 펜타닐 등 10종의 마약을 팔고 있었다. 16차례 투여할 수 있는 필로폰 가루 0.5g의 가격은 40만 원, 대마 2g은 35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채널에 적힌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를 누르고 대화를 시작했다. 안전하냐고 묻자마자 마약상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네. 물건과 수량, 지역을 이야기해 주세요.” 마약을 처음 접한다는 말을 듣고는 “처음이면 떨이 괜찮을 것 같다”고 추천까지 했다.

마약 거래는 철저하게 익명성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판매자도, 구매자도 누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가 없다. 기록이 남지 않는 비밀대화로 원하는 마약 종류와 사는 지역, 수량을 말한 뒤 구매자가 그 금액만큼 판매상의 개인지갑으로 가상화폐를 이체하면 그만이다. 판매상은 “채널에 공지한 해외 가상화폐 구매대행업체를 통하면 국내 수사진이 가상화폐 전송 내역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안심시켰다.

가상화폐 이체가 확인되면 판매상은 구매자에게 ‘좌표’를 전송한다. 일명 ‘던지기’라는 비대면 거래 수법이다. 마약상이 특정 장소에 두고 간 마약을 구매자가 가져가면 그걸로 마약 거래는 매우 간단하게 끝이 난다. 마약상이 마약을 던져둔 곳은 건물 환풍구와 에어컨 실외기, 벽돌 틈 등 다양했다. 허름한 공터에서 마약조직 간 대량 거래가 이뤄지는 영화와 달리, 실제 마약 거래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소량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마약 수사 업무를 하는 정부 관계자는 “온라인 마약 거래는 추적이 어려워 사실상 잡기가 어렵다”며 “우리나라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환경과 높은 온라인 활용성이 오히려 마약 확산을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10대 마약 사범은 2016년 81명에 불과했으나 SNS 확산과 함께 지난해 309명으로 3.8배 급증했다. 20대 역시 같은 기간 1,327명에서 3,507명으로 약 2.6배 늘었다.

부족한 전담 인력으로 한 해 국내 반입 마약의 90%를 적발하는 관세청의 역할이 새삼 귀한 이유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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