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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뒤 쌓인 쓰레기 산... 일회용품 사용 제한은 지자체 의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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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코로나 공포가 누그러지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야외 축제가 재개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계획된 종합 축제는 994개다. 하루 평균 2.7개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축제 하면 떠오르는 게 먹자판과 길거리 수북하게 쌓인 쓰레기더미다. 축제장 곳곳 푸드 트럭이 맛있는 냄새를 흘리고 방문객들은 일회용 컵과 용기에 음식과 음료를 담아 길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자리를 펴고 앉아 배를 채운다.
축제가 끝난 자리에는 뭐가 남을까? 당연히 일회용품과 남은 음식물로 가득 찬 종량제 봉투가 산을 이룬다. 1회 행사에 평균 5,000명이 방문한다고 했을 때 100L 종량제 봉투 150개가 쌓인다고 하는데,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방문하는 축제에는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쌓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지역에서 활동가들과 회의를 했는데, 주요 안건 중 하나가 쓰레기 없는 축제 만들기였다. 지자체만 결심하면 되는 일 아닌가?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7월 제정된 '공공기관 일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엔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회의나 행사에서 일회용품, 페트병, 풍선, 우산 비닐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돼있는데, 활동가들은 여전히 지자체 설득을 고민하고 있다. 지침에 '노력'하라고 돼있는 게 함정이다. 노력하라는 말은 안 해도 된다는 의미로 전달된다. 서글프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축제 모델은 이미 나와 있고, 성과를 거둔 사례도 많다. 올해 5월 개최된 '수원연극축제'는 축제장 전체를 일회용품이 없는 친환경 구역으로 만들어 3년 전 같은 축제 대비 쓰레기를 1만1,500L나 줄였다. 다회용기 렌털 서비스 업체 트래쉬버스터즈는 3년 전 다회용 컵과 용기 대여 서비스로 100L 종량제 봉투 400개를 5개로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자체 의지가 문제다. 결심만 하면 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의 경우 야외 행사를 개최하는 주최자가 미리 교육을 이수한 후 쓰레기 제로 계획을 시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쓰레기 제로 교육 과정을 통해 다회용기 사용 방법과 행사장 쓰레기통 배치, 분리수거 등의 방법을 배우고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말로만 쓰레기 제로나 탄소중립을 외칠 게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일회용품 줄이기 지침이 지자체 조례에 반영되어야 하고, 행사를 개최하는 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행사장에서는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면서 또 한편에서는 앞장서 사용을 조장한다면, 일회용품 없는 사회로 가기란 요원할 것이다. 버려진 일회용품이 나뒹구는 볼썽사나운 잔치는 이제 사라졌으면 좋겠다. 제발 올해는 코로나19와 함께 일회용품도 멀리 가버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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