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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재명 민주당을 지지하겠어?”

입력
2022.08.15 16:45
26면

與, 이재명 체제 되면 반사이익 올 것 낙관
더 물러설 곳 없는 尹 대통령, 쇄신이 살길
지지율 하락에 日 기시다, 장관 14명 교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정치학자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 벌어지는 현상을 매우 기이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취임 3개월도 안 돼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는 것도 초유의 일이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거푸 이긴 정당에서 비대위가 꾸려지는 것도 여간 희한한 게 아니다. 물론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부터가 이변의 시작이긴 하지만.

더 기이한 건 당사자인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그리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휴가에서 복귀한 후 자세를 낮췄으나 기대했던 쇄신책은 없었다. 지지자들조차 실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넘친다.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의 인식도 안이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 핵심 참모는 지지율 하락 원인을 ‘야당의 악의적 공격 때문’이라고 하고 ‘윤핵관’ 중 한 사람은 ‘여론조사 기관의 성향 탓’으로 둘러댔다.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는 총선이 멀찌감치 남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생명줄을 쥔 국민을 아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만약 선거가 코앞이었다면 여당은 길바닥에서 몇 번이나 석고대죄를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도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 인사든 정책이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 않았을까.

정작 여권이 든든해하는 뒷배는 따로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체제다. 요즘 국민의힘 의원들 관심은 자당 못지않게 민주당 전당대회에 쏠려 있다. ‘어대명' ’확대명’ 얘기에 반색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검찰과 경찰의 이재명 기소는 따놓은 당상이다. 완전히 한 몸이 된 민주당은 ‘이재명 구하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 모습에 질린 중도층과 일부 진보진영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눈길은 여권으로 향한다.

사실 지금 민주당 하는 행태를 보면 그리 틀린 전략은 아니다. 민주당 주류가 ‘친명’으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강성 지지층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자성과 쇄신의 기류도 사라졌다. 멀쩡한 당헌을 ‘방탄용’으로 개정하자는 요구는 퇴행의 징조다. 지지층에 의존하는 정치는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에서 보고도 그 길을 답습하는 꼴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집권여당이 야당의 헛발질에 기대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얻은 표에는 ‘이재명 되는 꼴을 보기 싫어’ 찍었다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다르다. 대선에서 나타난 표심이 언제나 지지층으로 남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여권은 3각 축이 모두 흔들리는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보좌 기능에 큰 결함이 드러났고, 내각은 중심 없이 표류하는 양상이며, 국민의힘은 권력다툼에 바람 잘 날 없다. 당대표라는 사람이 자신의 당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 모습도 볼썽사납지만 누구 말대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아닌가. 그 젊은 당대표를 뺀 남은 이들의 면면을 보면 궤멸 직전의 새누리당 그대로다.

지금 윤석열 정권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의 시기에 들어섰다. 자신들의 정책과 성과로 평가받아야지 언제까지 전 정권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자 각료 19명 가운데 14명을 교체했다. 관방장관, 외무상 등 큰 틀만 남기고 전부 바꿨다. 총리 지지율이 지난달에 비해 8%포인트 빠져 국면 전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할 때가 57%였다.

취임 초인데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이라는 건 대통령만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꾸라는 신호다.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리는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인적 개편을 포함한 국정 쇄신의 청사진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지 않은가.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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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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