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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이준석, 윤핵관

입력
2022.08.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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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유승민계 바른정당과 안철수계 국민의당이 합당한 바른미래당은 2019년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당권 다툼을 벌였다. 4월 보궐선거 참패 후 사퇴 요구를 받은 손학규 당시 대표는 사퇴 약속 번복, 무더기 징계, 비대위 거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버텼다. 대표를 몰아내려는 쪽도 만만치 않아 면전에서 “조기 전당대회” “재신임 투표”를 요구하고 “나이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 등 막말을 던졌다. 이준석 당시 최고위원이 그중 하나다. 눈 뜨고 못 볼 내홍 끝에 바른미래당은 뿔뿔이 흩어졌다.

□ 이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이 그토록 비난하던 손 전 대표처럼 당권을 지키려 막장 싸움을 벌이고 있어 아이러니다. 이 대표는 당의 비대위 전환 결정을 법정으로 끌고 갔고, 13일 기자회견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까지 공개했다. 지난 1월 “자기 당 대선 후보를 흔드는 대표”라며 탄핵 요구가 빗발쳤을 때 이 대표는 “나는 손학규에게 단련된 사람”이라고 했었다. “선당후사는 을씨년스러운 표현”이라는 걸 보면 자기 말마따나 손 전 대표에 단련되면서 퍽 닮아버렸다.

당내 갈등이 고조된 2019년 7월 바른미래당 권성주 혁신위원(왼쪽)이 손학규 대표(오른쪽)를 막아서고 있다. 가운데는 이준석 최고위원. 연합뉴스

당내 갈등이 고조된 2019년 7월 바른미래당 권성주 혁신위원(왼쪽)이 손학규 대표(오른쪽)를 막아서고 있다. 가운데는 이준석 최고위원. 연합뉴스

□ 이 대표는 선을 한참 넘었으나 윤핵관도 확고한 명분을 잡지 못해 진흙탕 싸움만 계속된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자유와 정의, 인권의 가치” “윤핵관 험지 출마” 등을 주장했으나 그의 리더십이 흔들린 것은 정의와 인권을 추구해서가 아니라 성상납과 증거인멸이라는 치명적 혐의 때문이었다. 자기 정치를 위해서라면 윤 대통령을 “개고기”로 비유하는 식의 망언과 비하·조롱을 서슴지 않는 것도 큰 이유다. 하지만 비대위가 혁신 없이 ‘윤심에 따른 내부총질 대표 찍어내기’로 여겨지는 한 역시 정당성이 부족하다.

□ 끝까지 간다는 결의만 충천해 당분간 국민의힘은 더러운 수렁으로 더 깊이 빠져들 상황이다. 법원의 비대위 효력정지 여부가 분기점이 되겠지만 종지부는 되기 어렵다. 바른미래당처럼 분당으로 끝낼 수도 없다. 대통령 부담이 커지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집권 여당의 막장 싸움이 국가적 리스크가 되고 있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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