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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이준석, 윤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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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유승민계 바른정당과 안철수계 국민의당이 합당한 바른미래당은 2019년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당권 다툼을 벌였다. 4월 보궐선거 참패 후 사퇴 요구를 받은 손학규 당시 대표는 사퇴 약속 번복, 무더기 징계, 비대위 거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버텼다. 대표를 몰아내려는 쪽도 만만치 않아 면전에서 “조기 전당대회” “재신임 투표”를 요구하고 “나이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 등 막말을 던졌다. 이준석 당시 최고위원이 그중 하나다. 눈 뜨고 못 볼 내홍 끝에 바른미래당은 뿔뿔이 흩어졌다.
□ 이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이 그토록 비난하던 손 전 대표처럼 당권을 지키려 막장 싸움을 벌이고 있어 아이러니다. 이 대표는 당의 비대위 전환 결정을 법정으로 끌고 갔고, 13일 기자회견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까지 공개했다. 지난 1월 “자기 당 대선 후보를 흔드는 대표”라며 탄핵 요구가 빗발쳤을 때 이 대표는 “나는 손학규에게 단련된 사람”이라고 했었다. “선당후사는 을씨년스러운 표현”이라는 걸 보면 자기 말마따나 손 전 대표에 단련되면서 퍽 닮아버렸다.
□ 이 대표는 선을 한참 넘었으나 윤핵관도 확고한 명분을 잡지 못해 진흙탕 싸움만 계속된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자유와 정의, 인권의 가치” “윤핵관 험지 출마” 등을 주장했으나 그의 리더십이 흔들린 것은 정의와 인권을 추구해서가 아니라 성상납과 증거인멸이라는 치명적 혐의 때문이었다. 자기 정치를 위해서라면 윤 대통령을 “개고기”로 비유하는 식의 망언과 비하·조롱을 서슴지 않는 것도 큰 이유다. 하지만 비대위가 혁신 없이 ‘윤심에 따른 내부총질 대표 찍어내기’로 여겨지는 한 역시 정당성이 부족하다.
□ 끝까지 간다는 결의만 충천해 당분간 국민의힘은 더러운 수렁으로 더 깊이 빠져들 상황이다. 법원의 비대위 효력정지 여부가 분기점이 되겠지만 종지부는 되기 어렵다. 바른미래당처럼 분당으로 끝낼 수도 없다. 대통령 부담이 커지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집권 여당의 막장 싸움이 국가적 리스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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