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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붓값' 벌려고 지적장애인 딸 3차례 결혼시킨 비정한 아버지

입력
2022.08.14 16: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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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딸 데리고 사실상 매혼 행위
"도 넘은 중국의 차이리 문화가 문제"

중국 경찰이 후난성 롄위안의 농부인 시에씨(오른쪽)를 최근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신부값을 챙기기 위해 지적장애가 있는 자신의 딸을 3차례 결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소후뉴스 기사 화면 캡처

중국 경찰이 후난성 롄위안의 농부인 시에씨(오른쪽)를 최근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신부값을 챙기기 위해 지적장애가 있는 자신의 딸을 3차례 결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소후뉴스 기사 화면 캡처

중국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딸을 3차례 강제로 결혼시킨 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결혼 전 신랑이 처가에 지불하는 '신붓값'을 챙기기 위해 딸을 '매혼' 도구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의 파렴치한 행동도 문제지만, 중국 사회에서 관행화된 신붓값 지불 문화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후난성 롄위안의 한 시골 마을의 농부인 시에씨는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자신의 딸을 3차례 강제 결혼시켰다. 딸이 결혼할 때마다 시에씨는 신랑 측으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차이리(彩禮)'를 받아 챙겼다. 중국 결혼 풍습 중 하나인 차이리는 결혼 전 신랑 측이 신부 측에 보내는 일종의 현금 예물이다.

또한 시에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딸이 당시 성인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두 번째 결혼 당시 딸의 나이는 미성년에 해당하는 15세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그의 딸은 나이에 적합한 판단력을 지니지 못한 지적장애인이었다.

시에씨의 범행은 딸의 두 번째 신랑 천씨의 신고로 밝혀졌다. 천씨는 2020년 시에씨에게 9만 위안(약 1,700만 원)의 차이리를 지불하고 지난해 그의 딸과 결혼식을 올렸다. 천씨는 외지에서 일을 해야 했던 탓에 아내는 대체로 부모 집에서 생활했고, 이 틈에 시에씨는 한 번 더 신붓값을 벌기 위해 딸을 또 다른 남성에게 시집보낸 것이다. 시에씨의 부인 역시 지적장애인인 탓에 남편의 이 같은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천씨는 시에씨를 찾아가 자신이 냈던 차이리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시에씨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시에씨는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의 딸은 복지관으로 보내졌다.

천씨의 친형은 "그녀는 시골에선 보기 드문 젊은 여성이었다"며 "우리 집 형편도 좋지 않지만, 그나마 그녀가 지적장애인이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돈을 들여 데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래는 신부 가족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여겨졌던 '차이리' 문화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차이리는 중국 농촌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혼 남성은 많은데 여성은 적은 남초 현상이 농촌에서 더욱 극심한 탓에 차이리 가격이 4,000만~5,000만 원 수준을 넘나든다. 평범한 농부 집안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빚을 내 결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차이리만 챙겨 달아나거나, 납치한 베트남 여성이 농촌 사회 결혼 시장에 넘겨지는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차이리 상한선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개인 간 '거래'를 하나하나 감시할 수 없는 탓에 차이리 억제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중국은 여성을 뜯어 먹고 사는 사회"라며 "비정한 아버지보다 여성을 노동력이나 상품쯤으로 여기는 차이리 문화가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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