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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역사수업 받은 이유

입력
2022.08.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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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여름휴가지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기 전 손자 보 바이든(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가족들과 함께 남부 휴양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카이와 아일랜드로 휴가를 떠났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여름휴가지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기 전 손자 보 바이든(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가족들과 함께 남부 휴양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카이와 아일랜드로 휴가를 떠났다.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지도자들의 관행 중 하나는 학자들을 만나 학습하는 일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재임 중 가장 바쁜 시기에 역사학자 10명을 만났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으로 긴장이 높아지던 때였다. 민주주의 위기에 경종을 울려온 학자들은 2시간 넘게 바이든과 소크라테스식 대화로 역사수업을 진행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바이든은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앞두고도 외교전문가들과 대화했다.

□ 현안이 생길 때면 학자, 외부 전문가를 만나 귀를 여는 이유는 틀을 벗어난 의견, 제언을 찾기 위해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비관료, 비정치인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다. 역사학자, 경제학자 등 진영을 아우른 석학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질문하고 그들의 통찰력을 배우려 했다.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대통령 역할은 무엇이며, 현안은 또 어떻게 풀어야 할지 묻고 경청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존 F 케네디 역시 인재들을 만나 자신을 둘러싼 측근, 관료들과는 다른 의견을 구한 대통령들이다.

□ 우리 역사에서 이와 유사한 것이 왕에게 당대 학자들이 유교 경서를 강론한 경연(經筵)이다. 고려 때 도입돼 조선시대에 활발했는데 왕의 공식 일과에도 경연을 포함시켜 신하, 학자들의 머리를 빌리고 경륜을 배우도록 했다. 경연을 정착시킨 정도전은 임금이 사대부를 만나야 국정을 생각하고 올바르게 결정한다고 했다. 왕의 인문학 공부인 경연은 성리학을 빗댄 국정토론에 가까웠다. 신하들은 왕을 자문하면서 권력 독단을 막았고 왕은 설득당하며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 왕권 견제가 과도해 문치주의로 흐른 측면도 없지 않으나 경연을 통한 소통이 활발할 때 혼란도 적었다. 경연광(狂)인 세종 성종 정조의 치적이 높고 경연을 멀리한 세조, 연산군이 평가받지 못하는 것만 봐도 경연의 성과를 알 수 있다. 현실 속 정치인들을 이에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역사, 철학 등에 대한 학습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시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가벼운 입놀림, 몸놀림이 많은 게 그 증거일 텐데 그럴수록 주변을 찾아 지혜와 경륜을 배우고 스스로 품격을 올리는 일이 필요하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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