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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신화' 주역 이영표 "한국 16강 진출 가능성 25~30%... 수비 조직력으로 확률 높여야"

입력
2022.08.13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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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D-100]
이영표 강원FC 대표 인터뷰
"H조에서 한국이 16 진출 확률 가장 낮아...
수비조직력·기동력·정신력으로 가능성 높여야"
빌드업 축구 막힐 때 대비한 연습 필요성도 강조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10일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100일 앞으로 다가온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한국 국가대표팀이 정비해야 할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춘천=왕태석 선임기자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10일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100일 앞으로 다가온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한국 국가대표팀이 정비해야 할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춘천=왕태석 선임기자

“카타르 월드컵 H조에서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이 가장 낮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영표(45) 강원FC 대표이사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객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포르투갈은 베테랑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간의 조화가 훌륭하고, 우루과이는 ‘배고픔’을 아는 팀이라 어려운 상대”라고 분석했다. 가나에 대해서도 “개개인의 능력만 놓고 보면 한국 대표팀보다 뛰어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팀을 잘 정비하면 충분히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100일 앞두고, 한국 축구의 ‘전설’ 이 대표를 10일 강원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25~30%”라고 냉정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이 확률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수비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2·2006·2010년 월드컵 무대를 직접 밟으며 느낀 점이다. 그는 “(4강 신화를 이뤘던) 2002년과 (원정 첫 16강 진출을 달성한) 2010년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이 다른 팀보다 강했던 것은 아니다”며 “축구는 조직력을 통해 개개인의 실력차를 극복할 수 있는 스포츠고, 특히 수비조직력이 뛰어나면 쉽게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통계적으로 한 골을 내주는 과정에 다섯 번의 수비 실수가 벌어진다”며 “실점은 개인이 아닌 ‘팀의 실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점 과정에는 미드필더들이 수비와 간격을 제대로 유지했는지, 양쪽 윙백의 뒷공간을 제대로 커버했는지, 포워드가 미드필더와 간격을 유지하며 유기적으로 도와줬는지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있어요. 그래서 조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에 기동력과 정신력까지 더해진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10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성적을 전망하고,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춘천=왕태석 선임기자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10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성적을 전망하고,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춘천=왕태석 선임기자

상대팀의 경기 외적인 불안요소도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분명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선수지만, 동시에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할 때 팀을 와해시킬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가나에 대해서도 “(이중국적자들의 귀화로)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던 선수 중 일부는 대표팀에서 하차해야 하는데, 기존 선수들이 이를 용납하기 쉽지 않아 팀으로 뭉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 결과에 따라 본선 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돌아보니 2010년 월드컵 16강에서 만났던 우루과이가 황금세대의 시작이었어요. 비록 1-2로 지긴 했지만, 경기내용으로 보면 한국이 이겨도 무방한 경기였습니다. 당시 대표팀이 대등한 경기를 펼친 것처럼 후배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봐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최종예선 4~9차전은 빌드업 축구를 정말 잘 구현했다. 그런데 6월 브라질과의 평가전과 7월 동아시안컵 일본전은 고전했다”며 “상대 선수 두, 세 명이 대놓고 전방압박을 들어오는데도 빌드업을 통해 나오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에게 (빌드업 축구가 안 먹힐 수도 있다는)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독일, 프랑스도 (상대방이 강하게 압박을 해오면) 킥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며 “한국 대표팀도 본선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킥을 할 텐데, 그럴 바에는 미리 (해당 전술을) 연습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벤투 감독은 특정 선수들만 반복적으로 기용해 ‘플랜B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일장일단이 있다.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고, 주축 선수 한 두 명이 빠지면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단점”이라며 “(벤투 감독은) 단점을 감수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감독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무조건 비판을 하기보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인으로서의 냉정한 분석을 잠시 내려놓고 한국 국민으로서 그가 기대하는 월드컵 성적이 궁금했다. “1승 1무 1패로 16강에 진출하면 좋겠어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손흥민)에 이탈리아 세리에A 수비수(김민재)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황인범, 황희찬, 황의조, 이재성, 권창훈 등 선수 구성이 좋습니다. 최종예선 4~9차전 경기력을 재현한다면 안정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10일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위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춘천=왕태석 선임기자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10일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위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춘천=왕태석 선임기자


춘천 =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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